정성태 [칼럼]

'86세대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과 민경우 국민의힘 비대위원 사퇴에 부쳐

시와 칼럼 2023. 12. 31.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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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비하, 식민사관, 폭력적 언사를 쏟아낸 사실이 알려지며 크게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민경우 국민의힘 비상대책 위원이 30일 자진 사퇴했다. 애초 인선 자체부터 크게 부적절했으나, 그나마 다행한 일로 여긴다.

민 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제 과거 발언에 대한 논란 때문에 비대위의 출발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비대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저의 위치에서 운동권 정치 청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민 위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첫번째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과거 신중치 못했던 표현을 했던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하지만 연일 논란이 계속되자 임명 하루 만에 직에서 물러났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취임식에서 밝힌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의 상징성을 부여한 듯한 민 위원 인선이었다. 문제는 그 각론에서 메꿀 수 없는 이질감이 여럿 불거진 탓에 출범부터 꼬이게 된 셈이다.

민 위원의 노인 비하 뿐 아니라 일본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 침략마저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은 역사왜곡 그 자체였다. 또한 분노 조절에 미숙한 행태를 드러낸 점도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었다. 총선 기간 동안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를 화근을 정중앙에 둔 격이었다.

오늘날 국민 다수는 '86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게 나타나는 알량한 선민의식에 대해 불편해 한다. 물론 그들의 민주화운동 헌신은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한편 그것을 발판 삼아 입신양명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기득권에 편입된 순간 그들 또한 특권의식에 젖어 사적 욕망만을 탐했다는 점이다.

억압과 차별로부터 더 나은 세상을 열망했던 숱한 무명용사의 바람과 헌신은 싸늘히 외면된 채 일부 출세한 자들에 의한 특권정치만 난무했다. 거기 국민에 대한 헌신은 없고, 오직 욕망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요란한 퇴물이 되고 말았다. 이는 또 다른 불온한 시대로 전락된 우리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러한 그들의 위선과 퇴락함을 타파하는 것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강조한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의 핵심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올곧은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러할 때 국민적 동의와 성원도 함께 하게 될 것임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와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