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이재명 대표 면책특권 폐지 허언과 국회법 개정 사이에서

시와 칼럼 2023. 12. 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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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며,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한시적으로 위임 받아 행사한다. 헌법기관인 국회를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국회의원 개개인이 국민을 대리한 입법기관이다. 아울러 정부의 권한 오남용을 견제하고 예산 사용 등을 감독해야 할 책무가 따른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의원 역할은 그렇듯 막중하다. 민의를 충실히 반영해 올바른 입법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알권리 차원의 필요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제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 의해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부여된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와 관련된 발언과 표결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뜻한다. 다만 허위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거나 직무와 관련없는 경우는 예외다. 그럼에도 그것을 비껴갈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반면 권리장전 태동지 영국은 의회 밖에서 소추·심문받지 않을 권리에 국한된다. 가령 거짓말쟁이, 배신자 등과 같은 ‘비의회적 언어’는 하원의사 규칙에 따라 회의 퇴장이나 직무정지 등 내부징계 사유가 된다. 그로 인해 실제 처분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독일은 중상적 모욕에 해당되면 형사적 책임을 질 수 있다. 일본도 허위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면책되지 않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한다. 미국은 명예훼손 발언을 의회 밖에서 출판하면 처벌된다. 면책특권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 장치를 마련해 둔 셈이다.

세부적으로 우리와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는 면책특권 악용에 대한 징계 수위를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거대 야당에 막혀 상임위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막말, 허위를 일삼는 저질 정치의 면죄부가 되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정치적 책임까지 면제된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국회 내의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소속 정당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것과는 별개다. 또한 국회법에 규정된 징계사유에 해당될 경우, 국회가 이를 처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우리 국회가 국민께 신뢰받는 것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품격 향상 측면에서도 여야 막론하고 개선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악의적 목적의 가짜뉴스 유포 행위와 저질 막말에 대해서는 국회법 강화를 통한 자정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정부가 집권할 경우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때문에 국회법 개정을 통한 자정 노력이 훨씬 현실적이다. 특히 헌법 개정 사항도 아니어서 정치권이 합의만 하면 되는 문제다.

그런데도 거대 공룡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무슨 사정 때문인지 국회법 개정에 미온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가짜뉴스, 막말 저질정치에 기댄 정치적 노림수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참으로 민망하고 개탄스럽기 그지없는 정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이 그 자신들의 품위와 신뢰 향상을 위해서도 공히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악의적 목적의 가짜뉴스와 저질 막말 등에 대해서는 국회법 강화를 통해 필히 정화돼야 할 일이다. 국회의원의 말할 권리는 보장하는 반면, 의도된 악질적 문제는 최대한 걸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