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민주당 86 꼰대들, 그간 참 많이 누리셨습니다

시와 칼럼 2023. 11. 28.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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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가 휘두른 억압과 공포의 사슬에 막혀 민주주의가 죽은 자의 이름으로 떠돌던 시절이 있었다. 정치적 의사표현마저 죄목이 되는 두려운 시대였다. 그 한복판에서 분연히 맞서 저항했던 86세대 운동권의 시대적 역할은 평가할 점이 상당하다.

그와 함께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광장의 깃발 아래 기꺼이 동참한 숱한 무명 용사의 헌신이다. 그 발길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이름없는 사람들의 순박한 소망이 깃들어 있다. 그런 그들에게 굳이 죄를 묻는다면 공의와 상식에 대한 목마름일 것이다.

역사는 그러한 이들의 희생적 토대 위에서 발전해 왔다. 비록 그 길이 형극일지라도 기꺼이 문밖을 나선 의로운 용기에서 기인한다. 가슴 뜨거운 민초들의 거룩한 피와 눈물이 빚은 결과물인 셈이다.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비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발판삼아 일단의 사람이 정치적 출세도 했다. 장관, 국회의원을 비롯해 권력의 정점을 누렸다. 문제는 그들이 사회적 특권층이 된 이후 보인 파렴치한 양태다. 기득권 강화에 혈안이 된 채 온갖 일탈과 초법적 비위마저 서슴지 않는다.

군부독재 망령이 사라진 지금, 바로 86에 의해 심각한 수위로 치닫고 있는 나르시시즘과 소시오페스적 침탈이 한국사회 곳곳을 어둡게 휘젓고 있다. 허구헌날 진보, 개혁을 외치면서도 뒷전에선 수구 적폐의 패악성과 동체를 이룬 모습이다.

그들이 진보와 개혁을 차용하고 있으나, 실상 그 내용은 군부독재의 일그러진 수법과 하등 다르지 않다. 그것은 실상 진보와 보수의 대립도 아니다. 상식과 비상식, 염치와 몰염치, 정의와 불의, 양심과 비양심, 진실과 위선에 관한 다툼이다.

한국사회를 단적으로 묘사하는 분석이 있다. 미국 콜게이트 대학 마이클 존스턴 교수는 "한국 부패 유형은 매우 흥미롭다. 엘리트 카르텔 유형이다. 많이 배운 자들이 조직적으로 뭉쳐 국민을 등치며 이익을 공유한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그것이다.

이제 그로부터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 민주화운동 밑천 삼아 지난 수십년 동안 권력 누리며 기득권에 쩌든 86 정치꾼들로는 요원하다. 철저히 특권화된 그들에게서 무한 재생되는 불평등 타파는 한낱 권력욕을 향한 선전용 구호에 불과하다.

한국사회 절대 다수인 사회, 경제적 약자가 겪는 삶의 호곡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더는 억울한 국민이 없고, 더는 가난으로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도록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이다. 오직 국민에 대한 긍휼과 선한 영향력 그리고 실천만 요구될 뿐이다.

그것은 좌우를 가르는 이념적 문제가 아닌, 공정과 불공정에 관한 것이다. 고여서 썩은 물을 내다버리고 새롭게 길을 내야 한다. 저들 86 정치 모리배의 표리부동을 심판할 수 있을 때 국가는 더 강성해지고 국민의 편익은 증진될 수 있다.

입술만 진보, 개혁에 불과한 86 꼰대들에 의한 막말과 가짜뉴스, 흑색비방이 난무한다. 규범으로서의 도덕적 잣대 또한 더는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 효용성을 갖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려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를 용인할 셈인가?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