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침묵하는 그들, '암컷' 동일체 인격 추구하기 때문일까?

시와 칼럼 2023. 11. 2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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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열대 우림 어느 특정 지역에는 ‘악령의 정원’이라는 숲이 있다. 이곳에서는 유일하게 히수타 나무만 생존할 수 있을 뿐, 다른 초목은 살 수 없다. 원주민들 전설에 따르면, 악령이 숲을 지배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과학적으로 볼 때, 특정 지역을 한정해 어떻게 하나의 식물만 자라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그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원인은 히수타 나무에 터전을 마련해 사는 슈마니 개미로 밝혀졌다.

슈마니 개미가 포름산 물질을 분비해 히수타 나무 이외 다른 식물들은 모두 죽이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히수타 나무는 개미가 생존할 수 있도록 집을 제공했다. 즉, 개미는 안정된 거주 공간을 얻고, 히수타 나무는 번성하게 되는 것이다.

포름산은 개미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독소로, 개미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로 적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데, 개미가 식물에게 포름산을 사용한 사례는 처음 확인됐다. 히수타 나무와 슈마니 개미의 공생관계에서 비롯된 변형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권 영역에서도 발생한다. 특정 부류가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받기 위해 서로 암묵적인 야합에 나서거나 동조하는 경우다. 이를테면 상호 부도덕성을 덮어주며 공생하기 위해 펼치는 상부상조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여성을 동물에 빗대 '암컷' 운운하며 나라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참모를 지냈고, 21대 국회의원 신분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공개된 장소에서 여성을 암컷으로 칭한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최 전 의원은 21대 국회가 저무는 무렵 의원직을 상실했다. 조국 전 장관 아들 허위인턴증명서 발급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숙하기는 커녕 도리어 큰소리다.

또 다른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 태도다. 아울러 그 많은 여성단체가 무슨 사정 때문인지 대부분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등 얼굴 알리기에 분주했을 일이기에 그렇다.

여기서 히수타 나무와 슈마니 개미의 선택적 공생을 떠올린다. 그처럼 특정 관계에 의해 여성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보편적 측면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사태다. 혹여 그들이 암컷으로 불리기를 원하기 때문은 아닐 것으로 여긴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