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개막 6개월 전, 공사 설치율은 고작 5%... 누가 빨대를 꽂았나?

시와 칼럼 2023. 8. 13.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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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새만금에서 개막됐던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무성한 말잔치를 남기며 공식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미흡한 준비와 운영 미숙 등으로, 대회 초반 국제적 비난과 국민적 시름을 안기며 홍역을 치루기도 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며 정부의 긴급 대응이 뒤따랐다. 현대,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의 후원과 시민들의 자발적 봉사도 눈물겨웠다. 국민적 애국심이 발현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경찰, 소방 공무원들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급박한 상황에서 각 시도에 흩어진 대원들의 활동과 숙식 그리고 안전을 위해 분투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수고도 잊을 수 없다. 모두 숨은 주인공들이다.

전북 임실 어느 부부는 "모두 자식 같은 마음에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대원들에게 정성이 담긴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군수는 "우리 지역에 온 손님을 챙기려는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자칫 국가적 이미지 추락으로 전락할 뻔했던 행사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과 시민이 혼연일체를 이루며 잘 극복됐다. 세계 각국 4만여 청소년들에게 부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폐영식이 열렸던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팝 콘서트는 절정이었다. 잼버리 대원들의 열정과 환호 가운데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뉴진스' 등 출연진에 대해서도 감사를 전한다.

정부는 세계스카우트연맹과 협조해 대원들의 출국을 위한 차량 배정과 수송까지 지원한다. 아울러 일정이 종료된 이후에도 숙식과 이동 등 안전에 차질이 없도록 끝까지 만전을 기울일 방침이다.

그런 한편 결산의 시간도 임박했다. 국민 혈세로 이루어진 천문학적 국가 예산에 대한 용처가 매우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조직위원회, 전라북도, 부안군에 대한 감찰과 국가수사본부의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

전북지역 현역 국회의원들 또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적이 들끓기 때문이라는 세간의 자조섞인 지적을 곱씹어야 한다.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

막대한 정부 예산을 받고서도 지난해 9월까지 기본적인 시설 설계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개막 6개월을 앞둔 지난 2월까지 공사 설치율이 고작 5%에 불과했다니 경악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문재인 정권 초기에 확정됐던 잼버리 대회가 지난 6년 동안 어떠한 준비도 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그러면서도 전라북도가 추가 예산만 세 차례나 요청해 무려 152억 원이 계속 지원된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권과 지역사회를 둘러싼 이전투구 양상인 듯싶어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로인해 애꿎은 전북도민만 희생양이 되는 양상이다. 전북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철퇴를 내려야 할 고질적인 병폐다.

하마터면 국가 전체가 세계적 조롱거리로 전락할 뻔했다. 그로인해 국민들 심정은 숯덩이가 됐다. 국고에 빨대를 꽂고 탕진한 세력 때문이다. 반드시 가려내 단죄해야만 전북의 자존심도 회복될 수 있을 듯싶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