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곳간에 도적떼 들끓었다... 복마전 민낯 드러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시와 칼럼 2023. 8. 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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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伏魔殿), 마귀가 숨어 있는 소굴이라는 뜻이다. 은밀하게 나쁜 일이나 음모를 끊임없이 벌이는 악의 근거지를 일컫는다. 이권 카르텔을 둘러싼 이전투구가 횡행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준비부실과 운영미숙 등으로 국제적 지탄과 나라 망신을 자초한 가운데 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니 복마전 양상을 띠고 있어서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이번 대회가 유치 확정된 시기는 지난 문재인 정권 때인 2017년 8월이다.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홍보에 치중하기도 했다. 관련 특별법 국회 통과와 종합계획 수립 등도 문재인 정권에서 주도적으로 이뤄졌다.

심지어 대회 집행위원장과 조직위원회 구성원 대부분도 민주당 인사로 채워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더욱 충격적인 내용은 새만금 잼버리 명목으로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무려 99번이나 해외 출장을 다녀온 점이다.

전라북도 55회, 부안군 25회, 새만금개발청 12회, 여성가족부 5회, 농축산식품부 2회다. 최종 확정되기 전 2년 동안은 54회로, 대개 유치전 성격이다. 그런데 유치 후엔 크루즈 여행 등 외유성 해외 출장이 태반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잼버리대회 명목으로 지난 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1171억1500만 원의 막대한 혈세가 사용됐다. 여기에 예비비와 특별교부세 231억 원을 포함하면 총 1402억1500만 원으로 불어난다.

세목별로 보면 조직위 운영비 740억 원, 기반시설 조성 235억4200만 원, 야영장 조성 129억3600만 원, 직소천 활동장 조성 36억3700만 원, 대집회장 조성 30억 원이다. 간접 사업비도 무려 10조 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야영장 조성에는 129억 원 남짓 사용된 반면 조직위 운영비로는 그보다 6배 가까운 740억 원을 썼다. 새만금 대회장 시설 등을 감안할 때 공사비도 부풀려진 의혹이 깊다. 이권 카르텔이 의심되는 지점이다.

가히 공금횡령의 짙은 그림자가 배회하는 대국민 사기극에 비견되고 있다. 국민의 피땀으로 이루어진 국가 예산에 빨대를 꽂고 흥청망청 탕진한 셈이다. 정치인과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해 있는 듯한 지점이다.

이제 대회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의 어린 참가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할 책무가 따른다. 행사 이후에는 예산 집행에 대해 살펴보고,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할 일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