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중첩화되는 국제관계... 윤석열 대통령, 이념외교 탈피하나?

시와 칼럼 2023. 6. 28.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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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초반 나타냈던 잦은 말 실수와 지나친 이념 외교로 인한 국민적 우려가 상당했다. 이후 정제된 언어 구사와 함께 외교 안보 측면에서도 극단적 경향이 사라지며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프랑스 일정에 이어 국빈 방문한 베트남에서 보여준 행보는 감동을 안겨주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베트남 국민들에게 국부로 숭상되는 호치민 묘역 참배는 그 좋은 상징성을 지닌다. 기존의 이념적 외교에서 탈피해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있음이 읽히는 지점이다.

무릇 외교는 또 하나의 국경으로서 존재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국경없는 전쟁의 최전방일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외교적 노력과 수단은 결국 국익으로 수렴될 수 있을 때 빛이 난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했던 윤 대통령의 뜨거운 애국심과도 맥락을 함께 한다.

국방이 하드웨어적 전선이라면, 외교는 소프트웨어적 전선에 해당될 수 있다. 국방은 고정형에 가까운 반면, 외교는 훨씬 유동적이다. 그런만큼 전선의 확장도 상대적으로 용이롭다. 그리고 자본은 스스로 경계를 구획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토, 이념, 종교를 초극하여 존재한다. 단지 필요와 리스크에 대한 정밀한 계측이 요구될 뿐이다.

사우디-이란 사이의 접촉, 심지어 이스라엘도 사우디와 관계 개선을 위한 접점 찾기에 나선 형국이다. 그간 미국의 일방 외교에 편승했던 사우디가 중국을 향해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 무기 뿐만 아니라, 중국 무기까지 들여다 놓았다. 미국과의 종속적 관계에서 탈피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처럼 외교는 국익 극대화를 위한 총성없는 전쟁터와 다름없다. 전통적 관계를 중시하는 가운데서도, 부단히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국제 관계가 날로 중첩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념적 편향성은 스스로의 울타리에 갇히는 자해행위가 될 위험성이 높다.

오랜 기간 수없는 전쟁을 치르며 적대 관계에 놓여 있던 국가들이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와중이다. 소모적 쟁탈전은 상호 피폐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럴수록 강대국의 어릿광대로 전락되기 십상인 까닭이다. 그런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