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조선 14대 임금이다. 그의 학문적 측면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한편 임진왜란을 통해 드러난 행적은 시기와 질투심의 화신과도 같다. 유약하고 무책임한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국가 최고책임자로서는 미흡한 경우에 해당될 듯싶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인물로 율곡 이이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왜구의 조선 침탈을 예견하고 선조를 알현할 때마다 줄곧 10만 양병설을 주창했다. 선조는 그때마다 비웃고 말았다. 심지어 율곡의 입바른 소리를 피하고자 그를 권력의 외곽으로 내쫒고 만다.
급기야 소총으로 무장한 왜구의 말발굽에 짓밟히게 된다. 선조는 도성과 궁궐을 버린 채 허겁지겁 북쪽을 향해 도망치는 수모를 겪는다. 외부 침략에 철저히 대비되지 않았던 조선은 그로부터 무려 7년이나 왜군의 총칼 아래 유린 당하는 참상을 겪게 된다.
학문적 성취, 생태 및 문화유산 보존, 경제력 증대와 민생 안정, 외교적 노력, 과학기술 발전 등 모두 중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국가가 존속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세의 무력 도발을 격퇴할 수 있는 국방력이 갖춰져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무릇 국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애국심과 애민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유사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강단 있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권력욕에 찌들어 일신의 안위만을 탐하는 지도자들로 득실거린다면 그 국가 공동체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호명하게 된다. 세종대왕과 더불어 민족사적 영웅으로 길이 빛날 위대한 인물들이다. 백척간두에 놓인 나라를 구하고자, 고작 12척 선박으로 전장에 나선 그였다. 떼로 몰려드는 왜군 선단 앞에서 그도 어쩌면 두렵고 무력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뜨거운 애국심과 민족애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용기가 됐으리라 여긴다. 바닷속 사정을 잘 아는 현지인을 등용해 경청했으며, 민심을 다독이는데 게으르지 않았다. 그러한 점이 힘의 원천이 되어, 매번 이어지는 전투마다 왜군 선단을 격파하며 연전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하늘에 닿을 기세였다. 이에 선조는 두려움에 사로 잡힌다. 이순신 장군이 충성스러운 호남 민중과 함께 도성을 향해 북진할 줄 모른다는 간신들의 부추김 때문이었다. 끝내 이순신 장군에게 모함을 씌워 고문하고, 병졸로 강등해 백의종군하게 만든다.
이를 반면교사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외세로부터 우리를 지킬 힘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망하게 무너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특별히 중국과 일본에 의해 숱하게 침탈 당한 호곡의 세월이 길다. 그것을 교훈 삼아 뼈에 새기고, 망각하지 않을 때 비극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고 굳이 그들을 적대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상시 경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명한 이유를 잊어서도 안된다. 역사적 실증을 통한 고통스러운 진실, 전쟁은 약자에게 참혹한 현실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우리의 방비책이 허술했을 때 국토가 유린되었음을 각별히 새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한편 통일 한국의 원대한 미래를 전망하는 가운데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안목이다. 그 무엇보다 주체적 관점에서 우리 문제를 풀어가려는 정성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주변국의 이해타산을 분쇄하고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게 된다. 이는 국수주의를 지향하자는 것이 아닌, 더욱 강성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삼자는 뜻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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