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후 6살짜리 딸을 홀로 키우며 생활고를 겪던 여성이 마트에서 방울토마토 한 팩을 훔쳤다. 방울토마토를 먹고싶다는 어린 딸을 생각하며, 원치 않는 일을 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두려움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까?
그녀는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출석해 "딸이 일부 먹었지만 남은 것이라도 돌려드리겠다"며 반쯤 남은 방울토마토를 들고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돈이 없어 훔쳤다"며 연신 "죄송하다"고 사죄했다는 것이다. 동시대를 사는 국민된 입장에서 가슴 저리게 된다.
그녀의 전 남편은 딸의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기 더해 우울증과 무기력증까지 심화된 상태였다고 한다. 마땅한 직업도 구하지 못해 임대아파트 관리비와 임대료도 수개월째 체불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때문에 LH로부터 명도소송 당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같은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게 됐다. 해당 경찰서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고 형사입건에서 즉결심판 회부로 처벌 수위를 낮췄다고 한다. 초범이고 피해도 경미할 뿐더러, 피해 물품도 일부 반환한 점과 가정 형편 등이 고려됐다고 타전된다.
또한 기초생활수급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당 지자체에 방법 모색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지자체는 상황 파악 후 심리치료, 주거지원 방안과 생계비 지원 및 취업 지원책 등을 찾는 중이라고 한다. 뒷북이지만 그나마 행정력이 닿게 되었다니 다행한 일로 여긴다.
우선 경찰의 대처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조사를 마친 후 법에 맡겼더라면 업무가 수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심정으로 위기의 가정을 구출한 것만 같아 훈훈한 마음이 앞선다.
그럼에도 문제를 지적하자면,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다. LH도 임대료가 여러달 체납된 실태를 지자체 복지 담당자에게 알릴 수는 없었을까? 아파트 관리소 또한 관리비가 계속 밀린 점을 사려 깊게 살필 수는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우리는 왕왕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등 참담한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각종 복지정책이 있으나, 정보 부족 등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듯싶다. 또는 부끄러운 일로 여기고 수혜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선제적 행정력이 왜 요구되는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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