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위기를 기회로... 대통령실, 통상외교 중요성 절실한 시점

시와 칼럼 2023. 5. 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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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반도체 기술 확보와 경제성 있는 생산을 목표로 그간 수십조 원을 쏟아 부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더욱이 미국이 생산장비 등 반도체 관련 핵심 소재에 대한 금수조치까지 단행하고 나섰다. 그로인해 중국 사정은 더욱 어렵게 됐다. 산업 전반에 충격파가 크게 일고 있고, 상당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게 자칫 중국발 경제난으로 이어지게 되면 세계 경제 모두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은 자국의 반도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향후 200조 원 가까운 금액을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한다.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를 목표로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기술 진척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입장이 워낙 강경하고, 반도체 생산장비 등도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보이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그들이 목표한대로 일정 수준 도달하게 될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은 이미 7나노 기술까지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수율 측면에서 경제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진핑이 직접 챙기는 가운데 막대한 자금이 효과적으로 투자되면, 비록 더딜지라도 자체 조달이 가능한 수준으로 도달하게 될 듯싶다. 그러한 과정에서 노하우가 축적되면, 어느 순간 기술은 급속도로 진전을 이루게 된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후발 주자인 한국과 대만이 어느 순간 급성장한 것을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싶다.

문제는 우리 사정이다. 미국의 자국보호를 위한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에 더해 여러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할 예정이다. 유럽마저 조만간 미국과 유사한 법안을 추진할 듯싶다. 그렇다고 진보층 일각의 주장과 같이 미국과 등을 지면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을까? 만일 그렇게 되면 머잖아 국가 부도사태로 이어지게 될 것임은 시간의 문제일 따름이다. 미국이 봉쇄하면 유럽까지 몽땅 잃게 되는 끔찍한 악몽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어느 정권이든 당장 국민적 칼이 그들의 목을 겨눌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이념 외교에 치우쳐 한 쪽 걸음만 걷게 되면 그 또한 진전될 수 없다. 그런지라 외교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통상 외교에 있어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안목과 노하우를 갖춘 자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외눈박이 시각으로는 세계 국가의 반 쪽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반 쪽마저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패착을 저지르게 된다면 난감할 따름이다. 무릇 자본의 속성은 국경과 이념을 초월할 때 더욱 튼튼한 날개로 비상하게 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세계는 지금 미국과 중국의 날로 격화되는 패권경쟁 속에 놓여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피곤하고 위축되는 일이다. 그런 한편 우리 수출 구조의 세분화와 다변화가 보다 절실한 가운데 처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인도 및 남방 아시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동유럽 및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시장을 더욱 치열하게 확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급박한 상황으로 돌변하고 있다. 원자재 확보 측면에서도 더욱 그렇다. 이는 러시아 또한 상호 호혜적 관점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밝은 시각과 그러한 지혜가 요구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 경제구조는 수출이 약화되면 무역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만성적자로 고착화되는 길목을 차단해야 한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의 한계 때문이다. 수출 감소는 실업율과 비례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경제력 하락은 곧장 국방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복지 영역에도 차질을 빚게 되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된다. 치안 또한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사회 경제적 약자층인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소재, 부품, 장비 영역에서의 경쟁력 강화 문제도 새삼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결국 강소기업 육성과 맥을 함께 한다. 기술 우위 확보만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수출증대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를 위한 정부 당국의 대대적 지원이 이뤄져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또한 우리 대기업들이 가급적 국산 '소부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역할도 뒤따라야 할 점이다. 그래야 품질 향상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되고, 다량 생산은 원가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아무쪼록 지금 우리 앞에 닥치고 있는 위기를, 오히려 또 다른 도약을 위한 거대한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