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당선에 부쳐... 난국 타개할 지혜 찾아야

시와 칼럼 2023. 3. 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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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들의 뜻은 매우 분명하고 명료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원할하게 소통하고 조율하며 원팀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를 선택한 흔적이 확연하게 나타난 3.8 전당대회로 규정할 수 있을 듯싶다. 김기현 후보가 1차에서 과반이 넘는 5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신임 대표로 선출된 것이 그것을 웅변한다.

김기현 후보는 중앙정치 무대에서 그리 높은 인지도를 지닌 인물은 아니다. 그런 탓에 선거 초반에는 적잖이 열세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체감을 지닐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는 당원들 욕구가 강하게 일면서 자신의 부족분을 말끔히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안철수 후보에 비해 무려 두 배 이상의 우위를 점하며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됐다.

최고위원 또한 그로부터 한치의 오차도 없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였다. 김재원, 김병민, 조수진, 태영호 후보의 당선이 그것이다. 모두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후보들로 인식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을 받은 후보들 모두는 예외없이 고배를 마셨다. 내부 분탕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당원들 사이의 단호한 의지가 표출된 셈이다.

다만 민영삼 후보가 5위에 그친 아쉬움이 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형성한 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민 후보를 당선 안정권으로 여겼기 때문에 당원들이 안심하고 방심했던 듯싶다. 그 저변엔 이준석 계의 최고위원 입성을 차단하기 위한 고심이 있다.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수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후보에게 표를 주어 이준석 계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려는 심리가 깔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임 김기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을 목표로 달려나가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지극히 옳은 방향이라고 여긴다. 지금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벌들에게는 혜택을 주면서, 서민들 삶의 형편은 잘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적잖다. 물론 대외 여건 악화로 인한 기업들 애로도 중첩되고 있는 현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 패권경쟁의 격화다.

특히 미국의 자국기업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노린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는 우리 대기업들에게도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 보조금에 따른 판매 감소, 심지어 반도체 보조금 요건으로 초과이익 공유, 생산시설 정보 공개, 회계장부 제출 등 보안성 유지가 매우 중요한 부분까지 들이대고 있다. 또한 전기 충전기의 최종조립을 비롯해 총 부품 비용의 최소 55%를 미국에서 제조해야 하는 '바이 아메리카' 규정까지 예고되어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다. 우리 정부의 고심도 그만큼 깊을 수밖에 없다. 자칫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게 되면,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문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대 야당의 횡포 또한 국정운영의 큰 걸림돌로 겹친다. 국가적 어려움을 타개하고 민생을 살찌우기 위한 입법 활동은 팽개치고 허구한날 정쟁으로 허우적대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민생문제가 녹록하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이를 신임 김기현 대표가 정확히 읽고 국민의 삶을 돌보는 일에 집권당 대표로서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강조한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부디 대통령실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가운데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지혜를 찾고, 또 그와 함께 국론을 모아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