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다급한 호소 외면한 경찰, 그들이 죽음으로 내몰았다

시와 칼럼 2022. 11. 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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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일각의 태도가 매우 의문스럽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무섭게 일단의 무리가 항명 사태를 낳은 바 있다. 주로 경찰대 출신의 일부 간부에 의한 것이었다. 국가 전체를 살피는 견제와 균형의 수사 시스템 대신, 오직 경찰대 출신으로만 수사를 독점하겠다는 이기적 욕망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집단주의의 적나라한 단면에 다름 아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또 용납할 수도 없는 그 언저리에 차마 입에 담기 고통스러운 핼로윈 참사가 발생했다. 관할지역을 맡고 있는 용산경찰서장도 경찰대 출신으로 지난 문재인 대통령 말기인 2022년 1월 임명됐다. 특별히 그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위기관리센터장을 역임한 바 있다는 점이다. 어떤 위기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력을 갖추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본분을 방기했던 것에 다름 아닌 참극의 중심에 놓여 있다.

특히 사고가 있던 날, 압사 가능성을 긴박하게 호소하는 112 신고가 무려 11건이나 있었다는 점이다. 맨 처음 접수된 시간이 오후 6시 34분이다. 경찰 녹취록에 담긴 내용에는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 당할 거 같아요.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 주셔야 될 거 같은데요"라며 다급하게 위험성을 알린다.

두번째 접수된 시간은 오후 8시 9분이다. 이때 신고자는 "사람들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지고, 다치고 하고 있거든요. 이것 좀 단속 좀 어떻게 해 주셔야 될 거 같아서요"라고 전한다.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24분 후에 접수된 신고자는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이거 사고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 지금 이게 통제가 안돼요. 심각해요"라며 관련 영상까지 전송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네번째 신고는 오후 8시 53분에 있었고, 그로부터 7분 후인 다섯번째 신고자는 "지금 여기 사람들 너무 많아서 대형 사고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여기 와서 통제하셔야 할 거 같은데요. 지금 바로 오셔야 할 거 같아요"라고 애타게 밝힌다. 그리고 오후 9시 2분에 여섯번째 신고, 오후 9시 7분에 일곱번째 신고가 접수된다. 한결같이 압사 위험성을 알리는 내용이다.

그러다 오후 9시 10분인 8번째 신고자는 "안쪽에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라는 긴박한 상황을 전한다. 또 오후 9시 51분에 9번째 신고, 오후 10시에 열번째 신고, 그로부터 11분 후인 11번째 신고자는 비명을 지른다. 애초 경찰의 초동 대응이 적절했더라면 충분히 참극을 막을 수 있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사고가 있었던 날 오후 6시 34분 “압사당할 거 같다”는 112 신고를 시작으로 무려 11건의 ‘압사 가능성’이 접수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무슨 영문 때문인지 고작 4건에 대해서만 경찰이 출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마저도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서울경찰청장이 인지한 시점은 밤 11시 36분인 것으로 타전된다. 이는 밤 10시를 훌쩍 넘긴 이후에야 현장에 도착한 용산경찰서장의 늑장보고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경찰청장 역시 서울경찰청장이 사고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서 내용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 경찰 지휘권을 지닌 행정안전부 장관 또한 밤 11시 19분쯤 경찰 보고가 아닌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문자를 통해 첫 사고 발생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의 보고 · 지휘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일 밤 11시쯤 “신속하게 구급 ·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는 첫 지시가 내려진 것도 경찰의 보고체계 붕괴 때문인 것으로 읽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고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심지어 참모들 사이에서는 "경찰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 경찰의 대처 과정에 있어서 그 어떠한 변명을 할지라도 도저히 용서될 수 없는 점이 드러났음을 숨길 수 없다. 경찰의 기강 해이로만 넘기기에는 너무 많은 의문이 꼬리를 문다. 불편한 지적이지만, 경찰 내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요구되는 듯싶다. 만일 그런 요인이 잠복돼 발생한 사고였다면, 그에 대한 엄중한 책임과 심판도 반드시 물어야 할 일임에 분명하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