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한동훈-김의겸, 누가 진실 앞에서 승자일까?

시와 칼럼 2022. 10. 26. 19:27
728x90

어느 여성 첼리스트가 그의 남자 친구에게 전화로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장관,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명이 청담동 소재 술집에 모여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또한 자신은 그곳에서 "첼로를 연주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통화 내용을 남자 친구가 녹취한 후 특정 유튜브 채널에게 전달했고, 그게 또 민주당 김의겸 의원에게 제공된 것으로 읽히고 있다. 김의겸 의원은 이를 토대로 국정감사장에서 한동훈 장관을 겨냥했다. 그러자 한동훈 장관은 "(자신은) 술을 마시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런 곳에 간 적도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무장관직을 비롯해 이후의 어떤 공직도 걸겠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아울러 김의겸 의원을 향해 "무얼 걸겠나"고 맞받았다.

여기서 여러 의문이 든다. 우선 교제하는 남녀 사이에 전화통화 녹취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의겸 의원은 해당 술집이 어딘지 특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단지 녹취록 속의 첼리스트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라는 태도를 취할 뿐이다. 김의겸 의원의 이와 유사한 대형 사고가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한다.

여기엔 매우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술에 취한 채 횡설수설하던 그 첼리스트의 통화 내용에 대해, 사실확인 절차를 거쳤느냐는 점이다. 김의겸 의원 주장에 따르면 지난 7월 19일 저녁부터 20일 새벽까지 술집에 머무른 것이 된다. 그런데 이를 말한 시점은 10월 24일이다. 석 달 가량의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음을 뜻한다. 그런데도 그 사이에 아무런 검증도 없이 불쑥 내지른 꼴이 됐다. 그리고선 이제서야 확인 중이라는 황당한 말만 늘어 놓고 있다.

이를 몇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을 듯싶다. 해당 첼리스트가 자신을 과신하기 위해 남자 친구에게 꾸며낸 말을 했을 개연성이다. 일종의 허언증 같은 것이다. 즉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이 자리한 지근거리에서 자신이 첼로를 연주했다는 식의 자랑을 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또는 어떤 악의적 의도를 갖고 일단의 사람이 이를 기획하고 실행했을 개연성도 농후하다. 만일 그렇다면 이의 배후가 누구인지 철저히 밝혀 의법처리해야 한다.

습관적 거짓말을 마치 권리라도 되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풍토가 정치권에 만연해 있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과 그들의 결사체인 정당에서조차 연거푸 거짓된 정보를 생산해 낸다면 막장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자칫 심각한 국가적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태로운 범죄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어 거짓으로 타인을 음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응징돼야 마땅한 일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