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윤석열 대통령, 그 의연하던 기상은 다 어디로 갔나?

시와 칼럼 2022. 10. 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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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5년에 걸쳐 발생한 권력형 비리가 숱하다. 울산시장 선거공작 의혹, 블랙리스트 문건, 원전 경제성 조작, 태양광 복마전, 각종 펀드사태, 수십조에 이르는 괴이한 외화 송금 등 차고 넘치는 지경이다. 여기에 해양 공무원 구조 방기와 월북 조작, 탈북어민 강제북송 등과 같은 인권말살도 반드시 규명돼야 할 야만적 사건으로 남아 있다. 김정숙 여사와 관련된 세간의 여러 의혹 또한 경악할 수준이다.

그와 함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온갖 비리의혹도 일일이 열거하기 버거울 정도로 얼룩져 있다. 그러한 일련의 문제는 그들 당사자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으로 내재되어 있다.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상식을 완전히 뒤흔들며 극한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는 결코 진영 혹은 이념의 문제가 될 수 없다. 묵은 적폐를 도려내는 일에 불과하다. 초일류 국가 진입을 위해서도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성전과도 같다.

이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정치적 호재임에 분명하다. 국민 다수도 심판해야 할 일로 여기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여론의 흐름과는 유리된 채, 오히려 민주당에게 먹잇감을 제공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일각, 정확하게 말하자면 극우들 사이에서 이념 공방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이는 절대 패착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쇠락 위기에 놓인 민주당의 그릇된 전투력만 펄펄 끓어오르게 할 뿐이다. 검찰총장 윤석열, 지금 국민은 악에 대해 의연하던 그 모습을 대통령이 된 그에게서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근면 성실성, 영민함에 바탕한 질긴 생명력은 세계인의 평균을 훌쩍 웃돈다고 평가된다. 폐허를 딛고서 불과 수십년만에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고 있으며, SNS를 통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 사람과 실시간으로 여러 정보를 소통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7~80년대 군부독재 유지를 위해 차용된 언어로는 극명한 한계가 있다. 오히려 다수 국민에게 심한 비호감만 안길 뿐이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범죄 의혹을 희석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뿐이다. 심지어 동정하는 여론마저 생겨나게 될 소지마저 다분하다. 국민 일반의 보편적 정서와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초반인데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또한 민주당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물론 이는 민주당의 어깃장에서 기인하는 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 방향성과 상호 연동하고 있음을 따갑게 새겨들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로 인식될 수 있을 때, 부동층 견인은 물론이고, 윤석열 정부 성공을 바라는 진보층 일각의 지지도 이끌어낼 수 있게 된다. 그런데도 5% 안팎, 최대 15% 이내로 추정되는 극우 성향 유권층에게 물개박수 받을 심산이라면 날로 더 악화되는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런 상태로는 여권의 다음 총선 전망은 극히 어둡다. 호남은 본디 민주당 텃밭에 다름 아니니 예외로 여길 수 있다. 핵심은 수도권 참패로 귀결될 공산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충청지역도 지난 지방선거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 지금의 정국이 지속되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보증받기 어렵다. 냉정하게 짚을 때, 과연 그들이 진심으로 국가의 미래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것일까? 적잖이 회의적인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 평화관리 의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튼튼한 안보와 철통같은 방어태세가 바탕된 가운데 평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극우 일각에서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말잔치를 접할 때면 섬뜩하다.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발발해야 그로인한 특수를 누린다는 일본 극우와도 맥락이 맞닿아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과 성공이 허물어지고, 다시 혼돈의 미중러일 놀이터가 되기를 바라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지난 대선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선제타격과 같은 구호가 넘실거렸다. 선거를 헌납하려고 그런다는 의문도 들었다. 기대에 이르지 못하는 득표율을 보였던 사안 가운데 하나다. 문재인 정권 내내 계속된 엽기적일 정도의 부동산정책 실패, 극한 위선과 내로남불, 거기에 이재명 후보의 치명적인 부도덕함이 공분을 낳았다. 이를 심판해야 된다는 유권자 심리가 보다 강하게 작용했기에 그나마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5년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짧고도 길다. 불평등구조 개선, 양극화 해소, 물가관리 통한 민생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남북평화도 시급히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핸들을 급격하게 꺽은 채 계속 우회전만 하게 되면 결단코 전진하지 못한다. 같은 자리만 어지럽게 맴돌며 한치도 원점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부처 장차관들의 보다 깊은 혜안 있기를 기대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