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공무원 50만명 감축 유성엽 주장 들여다보기/정성태

시와 칼럼 2019. 7. 13.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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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재벌의 유착 관계는 그간 우리 정치사에서 숱하게 목도된 바 있다. 거대 양당 막론하고, 그들의 알려진 부정부패 내용만 살펴봐도 국민적 상실감과 함께 우울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이는 비단 정치권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사법권력을 비롯한 우리사회에 만연된 고질병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하늘의 관문 인천공항을 민간에 헐값으로 매각하려 했다는 점은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무위로 끝난 바 있다. 그야말로 재벌을 위해 복무하는 것과 다름없던 난삽한 권력이었던 셈이다. 그런 자가 질병을 핑계로 풀려나 활보하는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유성엽 의원이 공무원 수를 50만명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른바 작은 정부론이다. 인류를 불평등 구조로 몰아넣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기능과 역활을 축소해 민간에 이양하는 것이 골자다.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해야 할 공공적 혹은 공익적 공공재를 기업에게 주는 것이어서 위태롭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정치인 사이에서 나오는 말로, 재벌기업 퍼주기 정책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양극화 골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가깝게는 박근혜 정권이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국정을 어지럽히다 결국 탄핵당해 쫒겨나기도 했다.

 

경제전문가를 자칭하는 유성엽 의원의 공무원 50만명 감축과 사회안전망 강화 주장이 언뜻 그럴 듯하게 들릴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두 개념이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형용모순을 안고 있다. 공적 영역을 담당하는 공무원을 줄이는데 어떻게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여기엔 무서운 함정이 숨겨져 있다. 감축된 공무원이 맡고 있던 업무가 재벌로 넘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곧장 전기, 수도, 가스, 도로, 항만, 철도, 공항, 우편, 지하철을 비롯한 기간산업의 민영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누구나 이용하는 영역으로서, 특히 서민 일반에게는 고통을 강요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왜냐하면 민간 자본의 속성상 순차적인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높다. 민자 건설한 도로 통행료를 생각해보면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여타 영역으로 확대되면 곧장 서민의 삶을 옥죄게 된다. 그리고 재벌은 가만 앉아서 떼돈을 쓸어담게 된다. 그 답례로 일정한 금품이 정치권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야말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어두운 거래다.

 

작은 정부? 보수성 짙은 정치인들이 상용 차용하던 전유물의 일종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재벌과 결탁되어 있어서 그렇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결국 재벌 뱃속 채워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가난한 서민들 쌈짓돈 털어서 재벌에게 고스란히 안겨주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

 

따라서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정치인에 대해 별스런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도대체 그 무슨 사정이 깊기에 국가 기간산업을 민간으로 넘겨주기 위한 의도를 서슴지 않고 드러내는 것일까? 그런 씁쓸함과 함께 온갖 괴이한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듯싶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