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김학의 사태와 한국 정치판 현주소/정성태

시와 칼럼 2019. 3. 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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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그가 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자신의 권력을 악용, 싫다는 유부녀 및 일단의 여성을 상대로 만행을 펼친 동영상을 봤다는 국회의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를 나쁘게 여길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기회주의적 속성과 처신에 대해서는 국민 일반이 갖는 기대치에 비해 한참 함량 미달인 듯싶어 안쓰러울 따름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또한 그 무렵 문제의 동영상을 봤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그가 인지한 시점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김학의 차관 임명을 강행했느냐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관련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왜 철저히 수사하지 않았느냐는 점에 있다. 이는 더욱 심각한 사안이다. 경악스러운 일로 그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드는 또 다른 의문이 있다. 그러한 의혹이 SNS를 비롯한 적잖은 대중 사이에 회자되며 공분을 낳았다. 그리고 연일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를 알고 있었던 일단의 국회의원이 당시엔 무슨 이유 때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김학의 전 차관의 엽기적인 권력형 범죄를 방조했느냐는 고통스런 의문이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힘 없는 피해 여성들의 하소연 그리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임을 구현해 달라는 거센 국민적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입술에 굳게 자물통을 채웠다. 더욱이 자신이 행정부의 일탈을 견제하고 추궁해야 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신분임을 망각한 채 결국 한통속과 매양 다름 없었던 셈이다. 그 죄의 삯 또한 결코 가볍지 않게 따져 물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이 자신의 보신과 안위를 먼저 염두에 두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참으로 참담한 생각이 아연 말문을 가로 막는다. 바로 이런 행태의 퇴행적 한국 정치판 현주소를 거듭 확인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통상 서민들은 가벼운 사안임에도 자칫 경찰서에 수차례 불려가거나 검찰에 기소되기 일쑤다. 심지어 무거운 형벌에 처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권력과 금력만 있으면 무슨 짓을 해도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면 우리 사회의 준법정신과 공의실현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할 따름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