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폭력 앞에서 무력하게 난자 당한다. 원시로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침탈의 기록이 역사의 장이다. 설혹 우리가 평화를 갈구할지라도, 그러나 외부의 물리적 폭력에 맞서 승리할 수 없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힘과 역량이 내재되지 않고서는 평화도 그만큼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인류에게 노자 ㆍ 장자가 있었고, 공자 ㆍ 맹자도 있었다. 예수 ㆍ 석가 ㆍ 마호메트는 하늘에 닿는 설법을 남겼다. 단군이 있었고 소크라테스도 살다 갔다. 강증산과 최재우도 숱한 영감을 주고 갔다. 종교와 철학적 논쟁을 떠나 실로 위대한 인류 유산이다.
여기서 조선시대 선조 임금을 떠올려 보자. 그는 학문도 상당했고 미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시기와 질투심 또한 적잖았던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유약하고 무능하며 무책임한 인물로 회자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국가 최고통수권자로서는 매우 부적격한 경우라 아니할 수 없다.
그와 함께 주목해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율곡 이이다. 그는 왜구의 조선 침탈을 예견하고 선조를 알현할 때마다 줄곧 조선군 10만 양병설을 주창한다. 그러나 선조는 그때마다 코웃음으로 답하고 만다. 그도 모자라 율곡의 입바른 소리를 피하고자 그를 권력의 외곽으로 내쫒아 버린다.
그러다 마침내 소총으로 무장한 왜구의 침략을 받게 된다. 급기야 선조는 도성과 궁궐을 버린 채 허겁지겁 북쪽을 향해 도망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전쟁에 전혀 대비되지 않았던 조선은 그로부터 무려 7년 동안이나 왜군의 총칼 아래 유린 당하게 된다. 학문적 성취 혹은 문화적 유산 등도 매우 중요한 일이나,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외세의 무력 앞에서 무기력 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평시 국가를 굳건히 세우고, 또 유사시 위기를 돌파하려는 강인한 지도력이 요구된다. 한낱 권력을 향유하며 일신의 안위만을 쫒는 지도자라면 그 국가 공동체는 필경 몰락을 면치 못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왜 자꾸 이명박 ㆍ 박근혜 ㆍ 문재인 등이 오버랩되는지 모를 일이다. 민족의 주체적 영광과 안위는 뒷전인 채 오직 권력만을 탐한다는 점에서 우선 그렇다. 아울러 민족적 대안없이 그저 외세에 의존하며 그들의 놀이개가 되려는 점 또한 불만이기는 매양 다르지 않다.
결국 우리의 위대한 영웅 이순신 장군을 불러내지 않을 수 없다. 백척간두에 빠진 조선을 구하고자, 고작 낡은 선박 12척으로 전장에 나선 그였다. 떼로 몰려드는 왜군 선단 앞에서 그도 어쩌면 두렵고 무력감을 지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의 뜨거운 충성심과 민족애는 그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용기가 됐으리라 여긴다. 바로 그러한 점이 힘의 원천이 되어, 매번 이어지는 전투마다 왜군 선단을 산산조각 격파하며 연전연승을 거둔다.
그런데 아뿔사, 늘 빼어난 인물에게는 시기 또한 따르게 마련인가 보다. 이순신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선조는 또 다른 두려움에 사로 잡힌다. 즉, 이순신이 충성스런 호남 민중과 함께 도성을 향해 북진할 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급기야 생사를 가르며 왜군을 때려잡던 이순신을 한양으로 불러 고문하고, 병졸로 강등해 백의종군토록 한다.
정작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국가 공동체가 학문과 문화를 숭상하고 또 발전시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나, 거기 부국강병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결국 허망한 것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위로는 중국 때문에 그랬고, 아래로는 일본 때문에 그랬다. 이는 역사적 실증을 통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우리의 방비책이 허술할 때였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싶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통일 한국까지 내다보면서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주체적 관점으로 우리 문제를 풀어가려는 정성을 다할 때 구원의 여신도 우리 편이 되어준다는 점이다. 북핵이 통일한국 이후 우리 민족을 지킬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하는 마음 실로 크다.
시인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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