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직업ㆍ주거ㆍ사상의 자유를 누리고 있나?/정성태

시와 칼럼 2016. 6. 29. 23:11
728x90

지금 한국사회를 민주주의 국가로 오도하는 경향이 있다. 직업 ㆍ 주거 ㆍ 사상 등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적잖다. 특히 진보 운운하는 이들 가운데도 이런 노예 근성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실로 경악스런 일이다.

 

그들에게 묻는다. 그리 말하는 귀하는 지금 직업 ㆍ 주거 ㆍ 사상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믿는가? 만일 그렇다고 여긴다면 귀하는 매우 근시안적일 뿐만 아니라 민중의 위태로운 적일 뿐이다.

 

재벌 ㆍ 군부 ㆍ 사법부 등 권력을 쥔 자들에게는 귀하의 믿음이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다수 민중은 그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그러한 자유를 박탈 당한 채 살고 있다. 심지어 의사 표현이라는 천부인권마저 구속되고 있다.

 

왜냐하면, 소수의 특권적 권력에 의해 그것들에 대한 자유가 사실상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들이 짜놓은 사악한 구조에 그대로 길들여져 있는 현실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소수 특권적 지위에 있는 자들에겐 무한한 축복이 되는 반면, 다수 대중에게는 지극히 억압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생각해 보라. 주택 가격(전월세 포함)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올려서 민중의 주머니를 수탈해 가는 현실, 거기 더해 최저 생계비에도 이르지 못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30%다. 뼈빠지게 일해도 경제적 위기를 벗어날 수 없는 국민이 전체의 70%를 넘고 있다.

 

군부와 사법부의 일탈은 임계점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것을 허용하면서 정치 권력을 제 멋대로 유지하는 야만적 현실을 목도하고 있잖은가. 가난한 자는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라면 몇 개와 동전 등을 훔친 죄값이 무려 3년이 넘는다. 누범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어떤 특권자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아녀자를 비롯한 다수 여성과 혼음을 해도 처벌되지 않는다. 버젓히 변호사까지 됐다. 퇴임한 검판사 출신 변호사는 개업 수 년만에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다. 현관과 결탁되지 않고서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수천 억 국고를 사적 이익을 위해 축낸 장성들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심지어 그에 대해 생계형 범죄라고 태연히 말하는 국방장관이다. 라면을 훔친 진짜 생계형 범죄자는 누범이라는 이유로 3년이 넘는 징역형에 처해지는 현실에서 말이다.

 

치솟는 주택 가격 및 전월세 부담 때문에 수도권 외곽으로 쫒겨가는 이들에게 과연 주거의 자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최저 생계비조차 받지 못한 채 혹사 당하는 노동자에게 직업의 자유가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대통령에게 입바른 말을 했다고 재판에 넘겨지거나 심지어 구속되는 현실 속에서 사상의 자유를 누린다고 입에 담을 수 있는가?

 

자유? 민주주의? 지금 한국 상황이 그러한 가치를 향유하는 나라라고 여길 수 있단 말인가? 서서히 데워지는 냄비물 속의 개구리는 자신이 죽어가는 줄도 모른 채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우리 또한 그러한 신세로부터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굶어 죽지 않을만큼 던져 주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 안의 노예 근성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 또한 개구리 신세를 결코 면할 수 없다. 표피적인 것만을 보고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사악한 정치 권력은 바로 그러한 우리 안의 나약한 면을 꿰뚫고 있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