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동영-문재인 회동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정성태

시와 칼럼 2015. 12. 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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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에서 최대 위기에 처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전북 순창 산자락에 칩거 중인 정동영 선생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함께 할 것을 요청드린다"는 말로 정 선생의 복당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 선생은 "마음은 동지다"며 현 정국을 보는 안타까운 소회를 내비췄다. 그와 함께 "지금 다른 길에 서 있다"고 밝힘으로서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해 점잖은 거부 의사도 함께 전했다. 한편 "정동영 심장엔 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강조함으로서 그간 문 대표의 야당답지 못한 처신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동영 선생에 대한 친노의 광기어린 막말공세와 극악에 가까운 냉대가 바로 엊그제 일만 같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 이전에 인간적으로도 견디기 어려운 살해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친노의 전횡과 만행이 금도를 넘어서면서 이는 결국 호남인 전체에 대한 모멸감으로 인식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친노, 특히 문재인 대표에 대한 호남대중의 반감은 오히려 높아만 갔다. 그것이 친노 및 문재인 대표의 몰락으로 귀결되고 있는 무시 못할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친노세력, 사실 한국 정치사에 그들만큼 표리부동하고 또 배은망덕한 집단이 있었던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급기야 선거에서 줄초상 직전에 이르자, 총선을 함께 하자고 읍소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마주하고 있다. 

 

그간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그 어떠한 반성과 사과도 없이 그저 정동영 선생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오로지 권력에 대한 가당치 않은 욕망 외에는 그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표의 방문에서 보여지듯, 물론 정치는 모든 가능성의 종합 예술이다. 세간에서 널리 회자되는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정동영 선생에 대한 문재인 대표의 복당 요청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필히 전제돼야 할 게 있다.

 

그건 다름 아닌 문재인 대표의 퇴진과 정동영 선생의 비대위원장 역할론이다. 이를 통한 일련의 인적 쇄신이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서민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명확한 정체성 확립이다. 선명야당으로의 복원 그리고 문 대표를 위시한 친노에 대한 극단적 반감을 상쇄하지 않고서는 야권 통합은 그만큼 요원한 일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야권 전체가 살 수 있는 길 또한 바로 거기에 있다. 

 

말이 나왔으니 짚어보자. 일찍이 정동영 선생이 제시한 여러 진보적 의제, 즉 세제혁신을 통한 복지정책 강화를 비롯해 우리사회의 극심한 불평등구조 타파,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투철한 소명을 갖고 꾸준히 임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처참한 지경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정동영 선생을 고립시키지 못해 안달이었으니 사필귀정이 따로 없는 셈이다. 심지어 지난 17대 대선에서 노건평-이상득 형님 라인에 의한 밀약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끔찍한 악몽을 안겨주고 있다.

 

정동영 선생, 그의 진보적 철학과 개혁적 실천력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특별히 민족의 화해와 공생공영 통한 평화통일의 확고한 믿음은 가히 독보적이다. 민족의 새로운 도약을 열 수 있는 북방경제 또한 그의 뚜렸한 신념이다. 아울러 세제혁신을 통한 복지 강화야말로 국가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도 시급히 요구되는 사안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내년 총선에서 진정으로 승리를 쟁취하고 싶다면 문재인 대표의 용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정동영 선생의 비대위원장 체제를 통해 속히 야권을 수습하는 길이다. 문재인 대표의 결단만이 작금의 난제를 풀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를 명확히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