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안철수 의원, 호남팔이 매명을 즉각 멈춰라/정성태

시와 칼럼 2015. 12. 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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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한을 풀겠다" 최근 광주를 찾은 안철수 의원이 상용 사용했던 말이다. 그런 21일 독자 신당을 창당하겠다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화했다. 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이른바 안철수 신당이 되는 셈이다. 이 자리에는 유성엽, 황주홍, 문병호, 김동철 의원이 배석했다. 

 

정치인이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 자체에 대해 왈가불가할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친노패권 세력에 반기를 든 야권발 신당 추진체가 복수로 있는 상황에서 왜 굳이 또 신당을 만들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적잖이 회의적이다. 모두 친노와 결별한 세력이기에 명분 또한 약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당 창당에 대해 납득할만한 명쾌한 설명이 없다. 이는 사실상 권력 독점 외에는 달리 설명되지 않고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작금 일정 부분 상승한 뜬구름 같은 지지율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까? 이 또한 극히 회의적인 전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 의원이 말한 '호남의 한'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와 그에 따른 해법 제시가 없다는 점도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줄곧 호남팔이 매명에만 연연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기에 그렇다. 그에 대해 명확히 짚어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의 호남타령에 과연 진정성이 담보된 것인지 수상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어서다. 

 

2014년 초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안철수 의원의 부정적 시각이 야권 지지층 다수에게 여전히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특히 호남인의 가슴에는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 의한 살육행위의 치떨리는 악몽으로부터 연거푸 살해 당하는 피를 토하는 생채기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근래 안철수 의원이 남발하다시피 강조하며 '호남의 한'을 풀겠다는 것의 근본 철학이 무엇인지, 그에 대해 매우 의문스런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안 의원이 갑작스레 '호남의 한'을 풀겠다며 노상 강조하기에 드는 불신이 아닐 수 없다.

 

'호남의 한'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호남정신'으로 치환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호남정신'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호남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은 결단코 아닐 것이다. 불의와 폭압에 대한 뜨거운 항거며, 계층ㆍ지역ㆍ성별 등 제반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극심한 불평등구조에 대한 정의로운 외침이다. 거기 비로소 갈등 해소를 통한 유기적 사회통합도 유효하게 작동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호남정신'이라고 칭한다. 

 

여담이지만 또 다른 문제도 거론치 않을 수 없다. 신당 창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모처에 마련된 자리에서 안 의원은, "부르지 않았는데 왔다"라는 말로 그의 기자회견장에 배석했던 4인의 국회의원에게 뒷담화를 날렸다는 얘기가 여의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안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함께 한 동료 의원들을 향해 그렇게 폄하했다는 것은 실망을 넘어 분노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정치 이전에 인간 본성을 가늠할 수 있는 언행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만일 거론된 국회의원의 배석이 안 의원에게 불편했더라면 사전에 그러한 뜻을 전하고 혼자서 기자회견을 했어야 옳은 일이다. 더욱이 유성엽ㆍ황주홍 의원은 지역구 평판도 좋은 경우에 속하고, 특별히 문병호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하던 시절에 그의 비서실장을 지낸 바도 있다. 혹여 이러한 풍문을 당사자들이 전해 들었다면 그들이 갖는 모멸감은 가히 충격적이리라 여긴다. 과연 이것이 안철수 의원 식으로 '호남의 한'을 풀어 주는 처사인지 참담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 

 

이는 다시 말해, 호남을 안철수 의원 주머니에 든 공깃돌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단적인 반증에 다름 아니다. 즉, 호남을 상수로 두지 않고, 그저 종속변수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거기 어찌 '호남정신' 또는 '호남의 한'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담겨 있다고 신뢰할 수 있겠는가? 호남을 한낱 이용의 대상으로만 농락하고 있다는 단적인 반증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안 의원의 얄팍한 간계임과 동시에 호남인 전체에 대해 능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럴 바엔 차라리 호남팔이 굿판을 속히 걷어 치워야 할 일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