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동영, 선명야당 재건 시대적 소명 감당해야/정성태

시와 칼럼 2015. 11. 2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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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 새정치민주연합이 처해 있는 최대 허점이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 검열에 실패해 있다는 점이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분수 이상의 갑작스런 권력을 움켜쥔 채 그것을 무분별하게 향유하면서 스스로 기득권화 대열에 앞다퉈 휩쓸렸다. 거기 서민의 호곡과 피눈물나는 삶은 안중에 없었다.

 

결국 그들보다 공고한 상층구조의 노예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토설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참여정부 도덕성의 일단이 어떻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되었다. 하루가 멀다 않게 달아나는 집토끼를 잡아두기 위해 허구한 날 입술로는 좌측 신호를 넣었으나, 그러나 실행에 있어서는 급격한 우회전 형태로 나타났다. 가히 기만의 극치였던 셈이다.

 

그렇다고 수구적 부호에 철저히 세뇌된 경상도 부족민이 노무현 정권에 마음을 준다는 것도 무망한 일이었다. 물론 그 곳에도 일부 양심적인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주류 정서는 종북 빨갱이 타령의 연속이었다. 도대체 그것의 정확한 뜻도 모른 체 마치 고장난 라디오의 찍찍거리는 소음에 다름 아니었다. 혹은 무슨 주문인 양 연거푸 읊어대는 집단 최면 상태를 방불케 했다. 국가 공동체적 선한 목표는 아랑곳없이 그저 '우리가 남이가'로 모든 것이 치환됐다. 그리고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상태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분명해진다. 정치 철학과 그것을 뒷받침 할 가치로서의 도덕성 그리고 그에서 파생되는 선명성이야말로 진보개혁 세력의 강력한 무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 바탕 하에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상대를 제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국가적 미래는 물론이고 국민적 삶 또한 어떻게 이롭게 하는 것인지 실증되는 것이다.

 

단언하건데 이것을 부인하는 세력이 만일 우리 안에 있다면, 그는 필경 스스로 떳떳하지 못할 공산이 그만큼 크다. 바로 이런 부류가 내부 동력을 약화시키는 간교한 첩자다. 주로 중도타령으로 자신을 숨기려 드는 경향도 짙다. 시급히 퇴출시켜야 할 내부 소각 대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는 거스릴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피끓는 명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바라기는 야권발 선명야당 재건이라는 엄숙한 부름 앞에, 이에 가장 부합한 정치 철학을 지닌 정동영 전 의장의 역할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쪼록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적 여망에 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실로 크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