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동영-천정배 중심축 아니고서는 신당 필패/정성태

시와 칼럼 2015. 11. 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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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창당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요체는 좌표 설정이다. 즉 확고한 철학과 가치의 정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구현해 낼 강한 실천 의지를 지닌 인물의 집합이다. 이는 다시 말해, 좋은 내용물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담아낼 수 있는 건실한 그릇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에 대한 해법은 결코 먼 데 있지 않다. 거대 야당인 새정련과 문재인 대표가 무슨 연유로 범 진보개혁 진영을 비롯해, 야권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조차 멸시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는지를 알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때 새정련을 대체할 수 있는 야권의 토대가 마련된다.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4대강 및 해외자원외교 명목 등으로 증발됐거나 또는 향후 소요될 국고가 무려 200조 원 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전국 초중고 학생 모두에게 수십년 동안 양질의 의무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다. 그런데 이의 직접 당사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단죄하지 못했다.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지만, 어린 학생 수백 명이 영문 없이 수장 당한 그 진상을 추궁하고 밝혀냈어야 할 야당으로서의 책임 또한 사실상 방기했다. 아울러 집권세력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대해서도 도무지 갈팡질팡 못하고 있는 등, 마치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사주를 받고 움직이는 야당의 인상을 줘왔다.
 
일례로 담뱃세 폭풍 인상을 통한 서민가계 증세부담 또한 그대로 추인해 주었다. 그로인해 털린 서민의 쌈짓돈 액수만도 올 한 해 무려 3조 원을 넘어 설 전망이다. 그런데 애초 명분으로 삼았던 흡연률 감소는 거의 미미한 것으로 최근 집계됐다. 한마디로 여야의 새빨간 거짓말 양동작전이었던 셈으로, 서민 위한다는 새정련의 구호가 기만이었음을 만천하에 고한 사례라 하겠다.
 
그렇다면 야권발 신당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은 보다 분명해진다. 새정련과 문재인 대표의 어용적 행태를 답습하지 않는 일이 우선 중요하다. 아울러 중도타령을 일삼으며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뒷받침하는 행태를 끊어내야 한다. 자신들의 정치 자영업을 공고히 하려는 그 모든 간교한 작태를 일소할 수 있을 때 국민적 신뢰도 획득할 수 있겠기에 그렇다. 오죽 한심했으면,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마저 야당의 어용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겠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정치철학과 가치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이는 곧 정치인의 정체성으로 이어지고, 서민대중이 원하는 신당은 새정련과는 다른 면모의 인적자원으로 구성된 정치결사체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새정련과 통합진보당을 궤멸시킨 친노세력의 수법을 고스란히 표절한 통합신당 움직임이 과연 바람직할 수 있는지 우려가 깊다.
 
게다가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던 이른바 천정배 신당은, 정치철학과 가치가 상이한 인사들로 세 불리기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그러한 행보로는 도로 새정련이란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새정련과 달라야 한다는 전제를 망각한 신당창당은 결국 이합집산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고사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헌납하겠다는 대국민 배신행위에 다름 아니다.

애초 천정배 신당이 기대를 모았을 때 적잖이 우려했던 바가 있다. 신당에 숟가락 얹기 위한 술수인 통합신당 주장과 압박 그리고 정치 신인만을 앞세우겠다며 협량하기 그지없는 신당추진자들의 우물안 개구리 식 시야는 오늘날 인재영입 실패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외통수 신당으로는 결단코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따갑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철학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참신한 정치신인의 발굴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극명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급히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자칫 아마추어 정치집단으로 낙인 찍힐 소지가 다분하기에 그렇다. 때문에 가치와 철학이 입증된 대중성 있는 정치인이 주축이 되어야 함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외눈박이 시야의 아마추어적 접근으로는 국민적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갈할 수 없다. 아울러 지향점이 서로 다른 어중이떠중이 인사들로서도 새정련과의 변별성을 갖추지 못한 엉터리 신당으로 전락될 개연성이 매우 농후하다. 따라서 정동영, 천정배 이들 두 바퀴 튼튼한 쌍두마차를 중심축으로 정치철학과 가치가 온전한 신인들을 태우고 국민 속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라야 신당의 성공 또한 담보될 수 있음을 각별히 유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