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천정배 중도로 기울면, 정동영 독자신당으로/정성태

시와 칼럼 2015. 11. 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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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데 따른 야권 지지층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이는 결국 지속된 지지율 하락을 초래한 가운데 현재는 회복 불능의 답보 상태에 빠져 들었다. 그에 따른 백가쟁명 식 신당 논의도 어쩌면 매우 자연스럽고 또 당연시 읽히는 대목이다. 

근래 문재인 대표와 충돌하는 양상을 몇 차례 보인 바 있는 안철수 의원이 정대철 상임고문을 만나 탈당을 시사했다. 정대철 고문은 중도신당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인사다. 아울러 문재인 대표와 친노가 받아들일리 만무한 통합전당대회를 요구해온 박영선 의원을 포함한 8인의 통합행동 인사들 또한 중도를 표방하는 그룹이다. 따라서 안철수 의원이 정 고문을 만나 탈당을 시사했다는 점은, 자신만의 중도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동안 천정배, 안철수 두 의원은 서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발언을 해왔고 언론은 그들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신당창당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란 추측성 기사를 타전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천정배 의원의 행보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고 있다. 10월 말 또는 11월 초까지는 신당추진위원회를 발족하겠다고 선언한 이른바 천정배 신당은, 젊은 신당, 신인을 앞장세우는 정당, 기성 정치인을 최소화하는 온건한 개혁정당으로 추진하겠다고 그간 줄기차게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도를 표방하는 기성 정치인들과의 합류는 쉽지 않은데도 말이다.

천 의원은 지난 21일 전북지역 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신당은 호남을 싹쓸이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자리에서 정동영 전 의장을 지칭 "대한민국에 정동영 만한 사람도 없다"면서 "뜻이 같고, 같은 생각이라면 당연히 함께 할 것이다"라는 말로 연대를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이 어떤 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정치를 재개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밝힌 바 없으니 알 수는 없다”라고 밝힌 대목은 사뭇 해괴하게 들리지 않을 수 없다. 호남을 싹쓸이하겠다며 신당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천 의원의 자세에서 지극히 소극적이고 또 안이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호언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마저 들게 하기 때문이다.

좀 더 짚어보자. 김부겸 전 의원은 천 의원 측에서 합류 의사를 개진했으나 참여 의사가 없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김 전 의원이 중도주의를 말하지만 그의 출신을 보더라도 보수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러한 김 전 의원에게는 합류의사를 타진한 천 의원 측인데, 무슨 곡절이 깊어서 정작 정동영 전 의장에게는 합류를 권하거나 또 설득하지 않았는지를 생각하면 신당창당을 둘러싼 좌표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된다.

혹여 천정배 신당을 꾸리는데 있어 무슨 큰 장애 요인이 있는 것일까? 또는 천 의원이 정 전 의장에게 직접 말하지 못하는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신당을 추진하는 스텝들의 무능 혹은 의도된 외면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정 전 의장과 함께하지 않으려는 어떤 저의가 있다는 것만은 능히 추론이 가능해진다.

야권을 교체하겠다며 개혁신당을 추진하면서 그것도 호남을 싹쓸이하겠다는 천정배 신당이 정동영 전 의장을 배제시키고서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면 그것은 대단히 큰 착각임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전북지역에서 천정배 신당을 지지하는 모임이 기사화된 것이 전해지고 있으며, 항간에 떠도는 얘기에 의하면 전북지역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는 것 등으로 미뤄 볼 때 정 전 의장 배제의 신당을 추진하는 것으로 여기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단언하건데 천정배 신당 주장에 동의하는 국민 다수는 정동영 전 의장이 함께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석연치 않은 일련의 행태를 종합해보면 오판도 이만저만이 아닌 천정배 신당 추진이라 하겠다.

천정배 의원은 자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야권교체를 이루겠다면 즉시 정동영 전 의장과 만나 함께 정국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총선이 바로 코앞에 닥쳐 있는데 정 전 의장이 어떤 방향으로 정치를 재개할지 모른다며 손을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도정당은 날로 어용 취급 받고 있는 새정련 하나만으로도 족하다. 야당다운 야당이 실종된 거기, 선명야당 재건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구 사항임을 하시라도 잊어선 안된다.

따라서 정동영 전 의장은 천정배 신당 추진 측에서 일언반구 없거나 또는 중도주의자 및 기성정치인들의 이합집산 형태의 신당으로 나간다면 독자신당을 추진하는 것이 그동안 야당에 실망한 국민들에 대한 마땅한 도리이자 소명이라 여긴다. 

힘 없고, 돈 없고, 백 없는 절대 다수 국민들을 위해 밀알이 되겠다는 정치철학을 굽혀서도 또 묻어두어서도 아니 될 것이다. 노선이 불분명한 중도주의자들과 아스팔트 운동권의 협량한 가짜 진보와는 결이 다른 정동영의 정치철학과 정책이 사장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에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고통 가운데 처한 국민만 보고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독자신당을 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조하거니와 정동영 전 의장이나 천정배 의원 또한 이제 시간이 없다. 서로가 선택하고 서로가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천정배 의원이 모색하고 있는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창당을 할지, 아니면 정동영 전 의장이 가지고 있는 대중성 그리고 이미 확보되어 있는 전국적인 조직을 가동하여 진정한 개혁정당으로 창당을 할지 국민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결단의 마지막 순간임을 각별히 유념할 수 있어야 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