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영호남 몰표? 조국 교수에게 하는 충고/정성태

시와 칼럼 2015. 7. 3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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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비례대표를 시행하게 되면 지역 감정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새정련 혁신위원 가운데 한 사람인 서울대 조국 교수가 최근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현상의 표피만을 두고서 섣불리 여론을 선동하는 소아적 문제 의식에 불과하다. 깊은 사유와 통찰력이 결여된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영남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한 몰표는, 군부독재와 재벌 등 특권층에 대한 맹목성으로서의 그것이다. 반면 호남지역의 야당에 대한 몰표는, 공의를 확립하고 공동체적 규범으로서의 국가 건설에 대한 강한 바람이 내장되어 있다. 한편 호남 차별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도 적잖은 부분 읽힌다. 그러한 영호남 두 지역의 몰표 현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조국 교수는 간파하고 있지 못하거나 또는 애써 회피하려는 조악함이 숨어 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문제가 크게 대두된다. 권역별 비례대표가 현실화되면 해당 권역 비례대표 후보들에 의한 지역성이 오히려 강화될 소지가 있다. 더 많은 득표를 위해 지역 문제를 자극함으로서, 권역별 비례대표 본래의 취지가 퇴색될 소지가 다분하다. 지역 정서에 기대려 들 개연성이 그만큼 높게 상존하는 까닭이다.

 

지역감정 완화는 무엇보다 차별을 해소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예산에서의 엄청난 편차를 비롯해 고위직 인사 차별이 우선 일소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베 등에서 악의적으로 호남을 폄훼하는 일련의 작태에 대한 법률적 규율도 적극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선행 없이는 지역감정 해소가 그야말로 대중의 인기만을 의식한 한낱 뜬구름잡기에 머물 뿐이다.

 

또한 깨달아야 할 사실은, 새누리당에서 진심으로 국가의 자주적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또 공동체적 규범으로서의 복지문제에 접근한다면 호남에서도 자연스레 새누리당 당선자가 나오게 된다. 아울러 인권을 중시 여기고, 또 남북문제에 대한 전향적 자세가 확립된다면 호남 또한 새누리당을 앞장 서 지지하는 사람이 크게 늘게 될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꿈같은 기대에 불과한 일이다.

 

끝으로 새정련 혁신위가 지금 그런 식의 궁색한 호객행위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보수화된 정당의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에 총력을 경주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가 보수적인 성향이다보니, 혁신위 스스로가 본질적인 언급은 못하고 자꾸 헛다리만 긁는 격이다. 한마디로 새정련 혁신위가 문재인 대표 홍위병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실로 부끄럽게 여길 수 있어야 할 일이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