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동영, 옳은 길 따라 뚝심 있게 홀로 가라/정성태

시와 칼럼 2015. 6. 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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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균 국민모임 대표가 지난 4일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만나 진보진영 통합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모임이 독자 창당을 포기한 채 결국 정의당으로 흡수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는 노동당과 노동정치연대도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항이 예상됨과 동시에, 설혹 한 둥지를 튼다고 할지라도 과연 얼마나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인 전망을 갖게 된다.

 

정의당하면 연상되는 것이 심상정 · 유시민 · 천호선 제씨 등이 주축을 이룬 집단으로, 친노 외곽 조직쯤으로 명명해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듯싶다. 바로 이들이 적극 나서 박근혜 정권의 종북타령 매카시즘에 그대로 동승, 진보당 강제 해산의 산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바 있다. 결국 영남패권주의에 부역하며, 그 부스러기를 취하는 아류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세간의 냉혹한 평가다.

 

그렇다면 국민모임은 어떤 모습일까?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폭압적 독선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어용적 행태에 분노하거나 또는 심각한 염증을 느끼고 있는 민주개혁진보 유권자들에 의해 큰 관심으로 대두된 바 있다. 특별히 정동영 전 장관이 참여하면서 비상한 국민적 시선이 쏠렸던 것도 사실이다. 전북을 위시한 호남 대중으로부터의 기대치는 매우 큰 것이기도 했다.

 

이를 방증하는 것으로, 창당도 되지 않은 국민모임이 한 때 광주에서 50%를 훌쩍 넘는 지지율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15일 국민모임 김세균 대표와 정의당 천호선 대표 및 심상정 원내대표 등이 공식적으로 선거 연대를 논의한 바 있다. 이러한 회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과 열흘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율이 썰물처럼 빠지고 말았다. 참으로 무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물론 거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정의당에 대한 민주개혁진보 세력의 적대감이 결코 적잖다. 한 때 한솥밥을 먹던 진보당 식구들을 향해 종북주의자로 매도하며 짓밟기에 앞장섰던 심상정, 유시민, 천호선 제씨 등에 대한 씻기 어려운 앙금이다. 특히 호남 유권층 사이에서의 거부감은 상상 이상이다. 유시민 전 의원의 호남 폄훼에 따른 극도의 반감이 여전히 깊은 상처로 자리하고 있다.

 

물론 민주개혁진보 진영이 서로의 정치적 이견을 극복하며, 하나의 세력으로 규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하는 바다. 그러나 제반된 문제에 대한 진정어린 참회와 사과 없이 무슨 염치로 제 세력을 하나로 규합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태로는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한 석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임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무작정 휩쓸리고 있는 국민모임 김세균 대표의 행보도 쉽사리 이해되지 않고 있다. 특별히 국민모임 발기인들의 의사 결정 과정은 철저히 도외시한 채 몇몇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정의당과 합치겠다는 선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옳은 것인지 납득되지 않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정동영 전 장관을 위시한 전통적 민주개혁진보 세력의 의지와도 일치하는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북한과의 화해 협력과 공생 공영을 통한 평화통일로 나아가야하는 대장정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극단적 양극화를 해소하며, 누구라도 인간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갈급한 시대적 소명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부심이 되도록 하는 국가 건설에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진보적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당위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민주개혁진보 세력의 주력이 될 수 있는 호남 민중과 옛 진보당에 대한 그 어떠한 사과나 참회도 없이 단순히 일단의 고만고만한 조직이 뭉친다고 해서 대중의 폭 넓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 자체가 용납될 수도 없거니와 또 그리 되어서도 안 된다. 바로 그들로 인해 우리사회 내부의 진보적 동력이 얼마나 심각하게 약화되었는지 먼저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국민모임이 이에 대해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정동영 전 장관은 따로 독자적인 길을 걷는 방안에 대해 적극 나서야 한다. 호남 정치 자강과 함께 선명 야당을 재건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정치 철학을 발전적으로 계승, 영남패권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올곧게 변화할 시점이지 결코 타협의 때가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