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노무현-이명박, 뒷거래 있었을까?/정성태

시와 칼럼 2015. 5. 8. 03:12
728x90

노건평-이상득 형님 라인에 의한 17대 대통령 선거 밀약설이 다시금 인구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들은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각각 직접적인 형제 관계에 있다.

 

지난 2007년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당시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후보의 참패로 막을 내린 선거였음은 굳이 변명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사실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나타난 지지율이 고작 9~16% 가량을 오가며 완전히 몰락한 상태였다. 시쳇말로 예수 혹은 부처를 꿔다가 대선 후보로 세워도 돌이키기 어려운 형국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를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어 원내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했다. 사실상 의회 권력을 장악한 바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과 새천년민주당 또한 여러 개혁 입법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확고한 의지만 갖춘다면 개헌까지 노릴 수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관료주의 특성상 행정 권력은 응당 청와대의 손길 아래 고스란히 놓였다. 방송 환경도 거의 일방적으로 노무현 정권 들러리 서기에 열중했다. 인터넷 환경 또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물론 노무현 정권의 지속된 우향우 행보와 함께 이후에는 오히려 유탄이 된 측면도 있긴 하다. 그런데도 허구한 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핑계 대기에 급급했으니 무슨 말을 더 할까 싶다. 

 

당시 세간에서 널리 회자되던 말이 있다. 입술로는 왼쪽 깜빡이를 넣으면서도, 정작 실천에 있어서는 오른쪽으로 급선회한다는 비아냥거림이다. 자신들의 주된 지지기반인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호곡에는 눈 감고 귀 막은 채 사적 이익에만 몰두한 데 따른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그야말로 겉과 속이 완전히 딴판인 권력이었던 셈이다. 그에 따른 배신감 또한 날로 깊어 갔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기 무섭게 비롯된 대북정책 특검, 이는 노무현 대통령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몰락의 서막이자 비극을 미리 태동한 어둠의 그림자였다. 노동3악법은 노무현 정권의 종말이 어떠하리란 것을 재삼 확인시켜 준 만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서도 득세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될 수밖에 없는 판국이었으니 통탄할 노릇이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그에 따라 참여정부가 해를 넘길수록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돌팔매를 맞는 비중도 높아만 갔다.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긴다는 것도 어느새 상식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치른 대선에서 끝내 큰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투표율도 여느 대선에 비해 무척 낮은 편이었다. 이는 참여정부에 실망한 민주 진보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을 찾지 않았다는 뚜렷한 방증이기도 하다. 

 

거기 더해 노무현-이명박 세력 간의 은밀한 거래가 체결됐다는 의혹이 17대 대선 무렵 인터넷 공간을 파다하게 부유했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은 우군 대선 후보군인 고건, 정동영, 손학규 등에 대해 유독 십자포화를 쏟아 부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이명박 후보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던 BBK 관련 검찰 수사는 어느 순간 말끔히 덮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만 그러한 의문의 고리가 이제 서서히 풀리고 있다.

 

국제 비영리기관인 위키리크스에 실린 내용을 보면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2014년 10월 12일 해제된 주한미국대사관의 기밀문서를 옮겨 담고 있다. 친노 세력이 열린우리당 대선 주자였던 정동영 후보를 돕지 않고 그 대신 문국현 후보를 위해 뛰거나 또는 유시민 전 장관 띄우기에 나섰다는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우리가 대선에서 패하겠지만 괜찮다”는 말이 갖는 함의를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된 충격적인 내용을 중앙일보가 더욱 확연히 뒷받침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추부길 씨의 증언으로, 노건평-이상득 형님 라인에 관한 것이다. 이들의 밀약에 의해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BBK 수사를 노무현 정권이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그 대가로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에 수사를 받거나 또는 구속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불현듯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했던 유시민 전 의원의 말이 위태롭게 떠오른다. 즉, “한나라당이 정권 잡아도 나라 망하지 않는다”는 문제의 발언이다. 어떤 음모의 흔적으로 치환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아무쪼록 직접 당사자인 노건평-이상득 두 사람은 시대와 역사 앞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이 또한 ‘우리가 남이가’의 또 다른 변형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실로 크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