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동영, 그의 노선이 조국의 힘 있는 내일/정성태

시와 칼럼 2015. 5. 5. 13:20
728x90

지난 4.29 재보선에서 ‘서울 관악을’ 지역에 출전했던 정동영 전 장관의 선거 결과를 놓고 그가 패했다고 단정 짓는 언론이 더러 있다. 심지어 정계 은퇴까지 내다보기도 한다. 물론 숫자적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선거판에서 단순히 그것만을 근거로 재단한다면 승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표피적이고 또 근시안적인 접근에 불과하다.

 

단언하거니와 정동영은 패하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거대 양당 틈바구니에서 그가 거둔 20.1%의 득표율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다른 무엇보다 투표일 한 달여를 앞둔 상태에서 허허벌판에 단기필마로 나선 전투임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미완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상 새정련과 문재인 대표의 어용적 행태를 명확히 확인시켜 준 선거였다고 보는 게 보다 타당하다.

 

정동영, 애초 일각에서 지적됐던 바대로 선거를 치르기에는 조직과 캠프 모든 면에서 열악한 환경이었음을 숨길 수 없다. 특히 야당의 지위를 뺏기지 않으려는 새정련과 문재인 대표의 발악에 가까운 현장 지원이었다. 이는 친노, 비노 가리지 않고 오직 정동영 떨어트리기에만 모든 화력을 쏟아 붓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야말로 정동영에 대한 견제구만 날리느라 자멸을 재촉하는 형국이었던 셈이다.

 

심지어 새정련 소속 일부 세력은 물밑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지원하는 파렴치한 작태까지 서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선거 분위기에서는 정동영의 승리였으나, 개표에서는 패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정동영의 대권 행보를 막기 위한 한바탕 광기어린 막장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모든 초점이 그에 맞추어진 선거였음을 깊이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에 맞서 정동영 전 장관이 내세우고 있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강화하겠다는 명분과 비전만이 그를 밀어가는 힘의 중심축이 됐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그를 돕는 이들에게 양분을 제공하는 강하고 견고한 동력이 되었다. 아울러 그의 개인적 지명도에 따른 파괴력 또한 의존되는 힘이기도 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의 공고한 기득권 구조를 와해시키기에는 아직 세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한계 또한 노정됐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청이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정동영 개인의 정치적 미래 또한 매우 밝게 잠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호남 자강과 함께 새정련 내의 민주진보 인사 및 그러한 외부 세력의 보강을 통해 작금 드러나고 있는 시대적 요청을 견인해 낼 수 있는 힘을 쌓는 일이다. 정녕 야권이 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오직 그 길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첩경임을 각인할 필요가 있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