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사드 배치, 미중 패권 싸움에 안방 내주는 꼴/정성태

시와 칼럼 2015. 3. 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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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누구의 편인가? 이는 어떤 사안에 대한 참고 사항은 될 수 있을지언정, 우리에게 결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물음은 못된다. 그들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재단하고 판단할 따름이다. 그에 대고 우리 편, 남의 편을 찾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마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또한 대한민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가장 적합한 판단이 무엇인지를 엄격히 따질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대구 배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인해 나라 안팎이 온통 시끄럽다. 찬반양론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마저 낳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에서는 사드의 대구 배치가 확정이라도 된 듯 몰아가는 위태로운 발언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고려할 때 발생되는 불이익은 또 어떻게 감수할 셈인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드 배치인지 참담한 심경 가눌 길이 없다.

 

이것은 결코 이념 혹은 좌우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 대립적 관계로 몰아가서도 안 되는 일이다. 무엇이 우리 모두를 위한 최선의 길인가를 가장 우선적으로 염두에 둘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가깝게는 국가적 이익에 상충되는 매국행위에 해당된다. 아물러 민족 공동체 전체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 자칫 한반도 전체가 미국과 중국에 의한 핵전쟁의 놀이터가 될 수 있음을 깊이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더 들여다보면, 우선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으로 쏟아지는 적의 동시 다발성 미사일을 모두 격추시키는 데 분명한 한계가 따른다. 초속 2.5Km로 날아드는 다량의 미사일을 무슨 재간으로 모두 요격할 수 있을지 납득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와 미국의 주장대로, 그것이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서울에 도달하기까지 대략 2~5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 사이 우리 군의 레이더가 그것을 감지하고 또 사실 관계를 파악한 이후 그에 대처하는 데 드는 시간적 여유가 사실상 별로 없다. 더욱이 그것이 동일한 시각에 여러 발 날아든다면 그에 대한 요격 확률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설혹 우리 영토를 향해 날아드는 미사일을 상공에서 모두 격추시킨다 해도 방사능 낙진은 피할 방도가 없다. 아울러 가로 세로 최소 2Km에 이르는 전자파 문제 또한 매우 심각하다.

 

그리고 비용 문제다.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발사대에 미사일 8발이 장착된 구조다. 국방부에 따르면, 사드 1개 포대 구축비용으로 약 2조 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만일 7개 포대를 가정한다면 그에 따른 비용이 무려 14조 원에 이른다. 이 또한 우리 정부에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 회사만 배불려주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럴 돈으로 차라리 우리 자체 개발을 통한 기술 축적이 더욱 값진 일이 될 수 있다. 또 우리 군에서 탐지거리가 900㎞에 이르는 그린파인 레이더를 이미 운용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비단 돈 문제로만 그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낀 한반도에서 핵전쟁 발발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미국 및 일본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가상한 전쟁 시나리오에 왜 우리 영토를 방어 전진 기지로 허용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그로인한 불똥만 우리가 고스란히 껴안게 되는 망국적인 일을 왜 굳이 도맡으려 하는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처사다. 그것도 우리 돈까지 들여가면서 말이다.

 

그보다는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우리보다 지리적으로 더 멀리 떨어진 일본에 배치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그만큼 시간적인 간극이 더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응력을 훨씬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사드 레이더가 일본에서 운용 중에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될 점이다. 그런데도 왜 한국이 불바다가 될 위험 소지를 떠안아야 하는지 박근혜 정권과 유승민 의원을 향해 피 끓는 심정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명색이 제 1야당 대표인 새정련 문재인 의원 또한 다르지 않다. 그저 남의 집 불구경하듯 태만하고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에게 어찌 국가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는가? 정치 지도자로 여겨지기는커녕 오히려 불안하고 위태로운 마음만 하늘을 찌른다. 덧붙여 정치권 전체에 바라거니와, 사드 문제는 한민족의 미래를 운명지울 수 있는 참으로 중차대한 사안임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전반이 이에 대해 무기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동영 전 장관만이 국익과 한반도 평화라는 관점에서 유일하게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진실로 국가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어용 대표 문재인 의원은 물론이거니와 박근혜 정권의 혜안이 따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실로 크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