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문재인 '사패불사론(四敗不辭論)' 지지층 향한 치졸한 겁박/정성태

시와 칼럼 2015. 3. 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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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해체와 문재인 대표의 몰락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는 4.29 재보선 선거구 4곳 결과를 통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여겨진다. 공교롭게도 확정된 수도권 3곳과 호남지역의 광주 1곳은 대체로 야당 강세 지역이다. 숫자적으로는 비록 적은 규모의 선거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러나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는 실로 크고 막중하다.

 

특별히 집권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결코 곱지 않다. 그와 함께 거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시선 또한 매우 회의적인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결국 새정련과 그 수장인 문재인 대표로서는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 이득조차 얻고 있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야권 지지층 사이에 폭 넓게 형성된 기류, 즉 여야 공히 그 밥에 그 나물이란 평가가 매우 우세하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 인식은 폭발 직전의 활화산과 같은 형국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출구 찾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바로 그로부터 어용 야당 새정련을 갈아엎고 새판을 짜야 한다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민과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선명 야당 재건을 표방하고 나선 국민모임 정동영 전 장관이 있다. 여기에 국민모임과 연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후보 또한 뒷심을 보태고 있다. 이 둘의 정치적 향배가 이번 선거판의 최대 변수로 작동될 것임은 명확하다. 그만큼 새정련과 문재인 대표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부정적 정서가 강한 때문이다. 아울려 굳이 새정련이 아니라도, 당당하게 찍을 수 있는 야권 세력 혹은 그러한 인사가 출정하고 있다는 표심도 크게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문재인 대표 입에서 ‘사패불사론(四敗不辭論)‘이란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재보선 4곳 선거구의 전패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일 테다. 그러나 이를 뜯어보면 사실상 야권 지지층을 향한 일종의 겁박적인 성격이 매우 짙다. 즉, 야권 지지층에게 위기감을 자아내 표심 결집 효과를 노리겠다는 얄팍한 술수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재보선 패배 이후 자신에게 쏟아질 책임 소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다분히 의도된 연막전술이기도 하다.

 

실제 ‘광주 서구을’에 무소속 출정을 마친 천정배 전 장관의 승리를 예상하는 지역 민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에 더해 ‘서울 관악을’에 정동영 전 장관의 출격이 현실화 될 경우, 문재인 대표의 입지는 더욱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과 새정련을 상대로 펼치는 3파전에서 정동영 전 장관의 승리를 점치는 정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마땅히 갈 곳 없는 표심이 서민과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나선 정동영 전 장관에게로 쏠릴 것이란 관측이 유력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굳이 어용 야당으로 낙인찍은 새정련에게 표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따끔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말이 노골적으로 나돌고 있다. 그와 맞물려 보다 분명한 야당 지도자가 될 인물에게 표를 줘서 야권의 확실한 승리를 일궈야 한다는 심리가 발동되는 측면이 강하다. 괜히 새정련 후보에게 표를 줬다가 자칫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 할 수 있다는 사표 심리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데에는 문재인 대표의 책임이 실로 크고 막중하다. ‘사패불사론(四敗不辭論)’과 같은 낡고 닳아빠진 꼼수는 이제 통하지 않을뿐더러, 또 지지자 일반에게 그 어떠한 감동도 안겨주지 못한다. 야당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간 무엇을 어떻게 헌신했는지, 그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게 전무한 까닭이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표를 들고서, 야권 지지층을 우롱하는 발언이나 한 대서야 어디 될 말이겠는가? 우선 부끄러움을 깨우칠 수 있어야 할 일이다.

 

실로 그렇다. 야권 지지층 일반의 피 끓는 염원과 시급한 부름에는 싸늘히 외면하면서, 그저 겁박이나 통해 표를 결집시키겠다는 얄팍한 속내가 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호남정신 복원을 주창하며 천정배 전 장관이 이미 출전하고 있다. 아울러 서민과 약자의 권익 증진을 위해 장도에 나선 정동영 전 장관의 출전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야권 지지층으로서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서도 투표를 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즉, 찍을만한 야권 후보가 따로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표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사패불사론(四敗不辭論)’이란 말이 결코 괜한 것만은 아닐 테다. 그러나 이는 다른 누구의 책임이 아니다. 야당 지도자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끝까지 헐값에 내다버린 그 스스로에 의한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것이 그의 한계고 또 대망에 이를 수 없는 결정적 취약점이기도 하다. 관제 야당을 이끌었던 민한당 유치송 총재의 몰락이 바로 지금의 정치 현장에서 거듭 재현될 시점만 남겨 놓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