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동영 '서울 관악을' 재보선 시대적 소명/정성태

시와 칼럼 2015. 3. 1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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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라는 어른들의 말만 믿다가 생때같은 어린 학생 수백 명이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었다. 물론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가만히 있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굳세고 담대한 투지로 힘차게 나아가야 하는 때도 있게 마련이다. 그 시점을 정확히 알고 그에 적절히 대처할 줄 아는 것이 어떤 일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이 개인적 삶의 영역에 있어서도 그렇거니와, 특별히 정치인에게 있어서는 더욱 중대하게 대두되는 덕목이라 하겠다.

 

정동영 전 장관, 몸담고 있던 정당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거점인 전주를 떠나 기꺼이 불모지에 나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사지를 향한 기약없는 출정이었던 셈이다. 이후 야인의 모습으로 우리시대의 가장 고단하고 가슴 찢기는 현장마다 어김없이 그가 함께 했다. 약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젖은 눈빛 그리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강인한 실천적 의지를 결코 멈추지 않았다. 쌍용 자동차 문제를 비롯한 숱한 노동현장,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한 피 끓는 광장을 비롯해 그가 우리에게 일깨워준 용기와 진실에의 여정은 실로 감동 그 자체였다.

 

비록 지난 얘기지만 짚어야 할 게 있다. 아니, 반드시 짚고 가야만 되는 일이기에 그렇다. 날로 그 정신이 노쇠하고 고루해져가는 새정련을 대대적으로 쇄신하고, 또 보수화를 향해 치닫는 당의 정체성을 일신해 서민과 약자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정당으로 올곧게 세우기 위해 그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새정련 내의 간교한 특정 계파 패거리주의에 의해 번번이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그들에 의해 떠멀리다시피 탈당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가치를 공유하는 국민모임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반드시 길은 있게 마련이다. 오는 4.29 재보선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는 기세다. 천정배 전 장관은 이미 ‘광주 서구을’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열심히 현장을 누비고 있다. 이제 정동영 전 장관이 화답할 차례다. 바로 ‘서울 관악을’ 지역구 출마가 그것이다. 주변 측근 및 지지자들의 끈질긴 권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명 야당 재건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도 이제 본인의 결단이 있어야 할 시점이다.

 

정치 권력이 국민을 위해서는 비둘기 같이 순결해야 할 일일 테다. 또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서는 뱀 같은 지혜가 요구된다. 그리고 마침내 결단해야 할 시점에 있어서는 호랑이보다 더 용맹해야 한다. 그것이 위난의 국가를 일으켜 세우고 또 도탄에 빠진 다수 국민의 삶을 보듬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지닌 이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리라 여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뜻 있는 이들의 여망을 받들어 국민모임에 합류했다면, 그에 부과된 책임 또한 다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우선 당장 내년 총선을 보더라도 그렇다. 정동영 전 장관이 ‘서울 관악을’에서, 그리고 천정배 전 장관은 ‘광주 서구을’ 지역구를 통해 동반 당선되어야만 선명 야당 재건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향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만 세력 규합도 보다 순조롭게 이뤄지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민과 약자 아울러 중산층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정당 재건이라는 그보다 더 크고 막중한 시대적 당위가 또 어디 있겠는가?

 

새누리당의 서민 압살 책동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어쩌면 그들은 그들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 집단인지도 모를 일이다. 즉, 재벌과 슈퍼부자들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역할에 흐트러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당이라도 제대로 서야 옳은 일일 것이다. 마땅히 갈 곳 없는 다수 국민의 호곡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삶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강구해야 하는 책무가 부여되어 있다.

 

그런데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 숨길 수 없는 새정련의 현실이다. 호남에 말뚝만 박으면 당선이라는 등식에 의해 안이하고 나태해진 무능야당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어용야당이라고 명명해도 하등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또 인구 사이에서 그렇게 명명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한 썩어빠진 체제를 갈아엎지 않고서는 인간적 가치가 살아 숨 쉬는 문명국으로의 진입은 요원한 일이다.

 

특별히 광주와 서울은 야당에게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다. 이 고지를 탈환하지 못하고서 새정련을 대체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충청과 경기를 잇는 서부벨트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진실로 야당다운 야당을 재건해 국민적 신임을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권 재창출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결코 망설일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지금이야말로 호랑이와 같은 포효가 있어야 할 때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동영 그에게 하는 말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