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박근혜 사정 칼날 어디로 향할까?/정성태

시와 칼럼 2015. 3. 19.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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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부패 척결을 들고 나섰다. 그간 부패에 찌들대로 찌든 모습을 노정한 집권세력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빼들기 어려운 칼날이다. 더욱이 그 칼끝이 한 때 한솥밥을 먹었거나 또는 현재 먹고 있는 이명박 전 정권과 관련된 사람들을 정조준하고 있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는 충분히 예견된 수순에 불과하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인해 집권 2년도 안된 시점에서 지지율이 40% 아래로 곤두박질 주저앉았다. 심지어 조기 레임덕까지 심심찮게 거론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따라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국면 전환용 카드가 있으리라는 관측은 상식에 속하는 것이었다.

 

이제 마침내 짜여놓은 각본에 따라 충실히 그 수순을 밟고 있는 형국이다. 그 우선 타깃은 방산비리, 해외자원외교 비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리고 정치인보다는 기업인으로 한정된 모습이다. 아직 4대강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사정 기관의 언급이 일체 없다. 정치인과 4대강에 대해서는 결행 시점을 놓고 청와대와 눈 맞추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괴이한 점은, 하필 오는 4.29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빚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박근혜 정권의 숨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부패 척결을 기치로 슬슬 시동을 걸면서 국정 실패 비난 여론을 차단하고 또 재보선 고지를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아울러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까지 노리겠다는 정략적 판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입장에서, 그 강도와 시기를 편익에 따라 마음대로 조율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 또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수사 초기 시점임을 감안한다면 사정의 칼날은 여권 쪽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내년 총선과 맞물려 야권으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높다. 그래야 표적 수사라는 야권의 공세를 일축하며 선거 구도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기서 또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점은, 여권 인사에게는 어디까지 칼을 댈 것이냐는 점이다. 그와 함께 야권 인사 또한 어느 선까지 한정지어 마무리 지을 것이냐가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이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박근혜 정권의 독선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용 야당 소리가 괜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따라서 야권이 내년 총선을 유리하게 이끌 심산이라면, 그리고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뜻이 확고하다면, 서둘러 야권을 새롭게 재편하는 일에 돌입해야 한다. 개혁 지향적이고 참신한 인물들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해야 하는 중대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대상 또한 무려 80% 가량에 달하리라는 판단이다.

 

그 첫 단추가 오는 4.29 재보선에서 정동영, 천정배 두 야권 정치인의 동반 당선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각별히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권의 사정 칼날이 궁극적으로 국면 전환을 통한 선거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내상을 입고 쓰러지지 않을 자원이어야 함은 당연지사다. 야권 지지층 일반의 칼날 같은 이성이 작동되어야 하는 더없이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