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김상곤, 천정배 두 분께 드리는 공개서한/정성태

시와 칼럼 2015. 2. 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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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녘 산자락 어느 계곡 밑으로부터 봄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던, 그러나 끝내 뚫어내야 하는 숙명을 안고서 차가운 얼음장을 녹여냅니다.

 

그렇습니다, 변화를 갈망하는 힘없고 가난한 이들의 순결한 체온이 거기 그대로 스며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삶에 지친 지난한 세월의 눈물과 고통스런 숨결에 깃든 영혼의 향연이기도 할 것입니다. 가장 맑고 거룩한 이들이 펼치는 시원의 몸짓 같은 것 말입니다. 바로 거기 새로운 희망의 전령으로 함께 울음 울며 다가오고 있습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국민 일반을 향한 집권세력의 사악성은 금도를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이미 드러나 있는 지난 대선에서의 부정선거는 민주주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든 실로 미개한 우리 정치판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에 더해 무고한 어린 학생들을 캄캄한 바다에 떼로 수장한 만행은 깊은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불평등 구조로 인한 극심한 양극화는 사회 갈등의 핵심적 요인으로 자리한지 오래입니다. 매월 100억 원 이상을 버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고작 100만 원 가량으로 겨우 목숨만을 연명해야 하는 인구도 적잖습니다. 건강 등의 문제로 그마저도 수입원이 없어, 가족 전체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통탄스런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도 모자라 서민 주머니에 든 쌈짓돈마저 착취하기 위한 마수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심각하게 왜곡된 조세정책을 통해 그나마 피골이 상접한 이들의 등골에 마지막 빨대를 꽂는 파렴치성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되, 빈자에게는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거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 마땅한 소명과 스스로의 가치를 상실한 채 집권세력의 비위 맞추기나 해대며 연신 허둥거리고 있습니다. 급기야 새로 선출된 문재인 당대표가 이승만, 박정희 묏자리를 참배하는 참담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어용 야당의 진면목이라 할 것입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국민 일반을 압살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무자비한 행태를 나날이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살신성인의 자세로 분연히 맞서 저지하고 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야당이어야 할 것입니다. 날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구조를 바로 잡고 또 처참하게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몸을 던져 헌신해도 부족할 판국에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작금 문재인 대표가 보여준 행보는 집권세력의 하수인으로서 전혀 손색없는 민낯이었습니다. 그 어떠한 말로도 납득되지 않는 망동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는 오직 문재인 자신의 안녕과 영달만을 위한 사적 욕망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것 외에는 달리 설명되지 않는 일입니다. 아울러 그것은 야권 지지층 전반에 대한 치졸한 배신이며 능욕이기도 합니다.

 

새삼스럽지만 지난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과의 공조로 대북정책 특검을 주도한 장본인이 문재인 의원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노동 3악법으로 일컬어지는 '정리해고법', '파견법',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가장 많은 노동자 구속, 가장 많은 노동자 해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내몰렸습니다. 심지어 수십 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당시 청와대에서 무슨 역할을 했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김상곤, 천정배 두 분께서는 결단하셔야 합니다. 군사 독재의 야만적 폭압이 횡행하던 엄혹한 시절에도 결코 불의에 야합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켰던 분들로 인구 사이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기상을 다시금 입증해 주십시오. 간난의 위기에 처한 국가적 현실을 외면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입니다. 이 땅에 공의를 세우는 막중하고 시급한 부름 앞에 ‘사즉생’의 각오와 자세로 동참하여 주시리라 믿습니다.

 

거듭 두 분께 호소 드립니다. 아니 가난한 민초의 한 사람으로서 명령합니다. 하늘 아래 그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이들의 서러운 호곡과 고단한 눈물을 위해 복무할 것인지, 아니면 어용 사이비 야당 대표를 위해 충성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과 태도를 보여 주십시오. 정치적 이해득실을 놓고 저울질만 하고 계실 때가 아닐 것입니다. 시대와 역사 앞에서 떳떳한 길을 택할 때, 정치인으로서도 성공하는 길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시인 정성태 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