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나태한 김무성, 그의 살인적 막말에 대해/정성태

시와 칼럼 2015. 2. 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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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깔린 염천교 위, 족히 80은 되어 보이는 노인이 리어카 핸들 밑에 깔려 있다. 그가 싣고 가던 파지 뭉치 일부가 리어카 앞머리에 묶여 있기도 하고, 다른 한편 도로에 바윗덩이 크기로 튕겨 나가 있기도 하다. 교통사고였다.

 

 

순간 "복지 정책을 펴면 국민을 나태하게 만든다"라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말이 오버랩됐다. 그래, 국가권력의 의도된 착취 시스템에 의해 청춘을 저당 잡히고, 그로인해 겪는 노년의 쓰라린 동통을 귀하와 같은 천박한 인식의 소유자가 어찌 알랴.

 

 

독립운동가들 때문에 일본이 더 악랄하게 괴롭힌다며, 오히려 애국 열사들을 고발하던 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호의호식하며 동족을 능멸하기 바빴던 매국노들 말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리도 그들의 사악한 논법과 꼭 닮아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 나태해서 80된 노구를 이끌고 파지 팔러 해 떨어진 저녁 길을 나섰다. 파렴치한 자들의 말대로 나태하기 때문에 명줄이 붙어 있는 한 안간힘을 다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만 목숨을 연명할 수 있다. 나태하기 때문에 권력과 자본의 구둣발 아래 청춘을 빼앗겼다.

 

 

차라리 노골적인 저주라면 좋겠다. 간교한 말장난이나 하며, 그에 부화뇌동하는 어리석은 자들 뒤로 비열하게 숨지 말고, 그대들이 더 강탈하기 위해서라고 보다 정직하게 고백할 수 있기 바란다. 기꺼이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를 내어 줄 테다.

 

 

정작 나태한 자들이야말로 여야 정치권 아니던가? 특히 이명박 정권 5년과 박근혜 정권에 거쳐 국가 꼴이 말이 아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OECD 꼴찌를 치닫고 있다. 도대체 누가 나태해서 이리됐단 말인가? 집권당 대표인 김무성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