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어용 야당 재편 없이 집권 절대 불가/정성태

시와 칼럼 2014. 11. 3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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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제는 원칙에 관한 일인지라 타협의 여지가 극히 제한적이다. 아니, 그것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사안일테다. 그러나 국가 예산 편성은 그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돈을 써야 할 곳의 경중과 우선 순위가 있는 것이고, 또 그것을 충당할 세원 또한 같은 맥락에서 다뤄질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 예산안을 두고 잠정 합의된 이번 여야의 동거는 최악으로 평가된다. 상식을 갖춘 국민 누가 봐도 이해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현금 뭉치가 쌓여 있는 재벌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이 무산되었다는 점에서는 우선 그렇다. 그와 맞물려 담뱃세 2천 원을 인상하기로 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아연 말문이 막히게 된다. 그야말로 부잣집 곳간은 그대로 두고 가난한 서민의 쌈짓돈만을 강탈하겠다는 처사기에 그렇다.

 

이는 박근혜 정권과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파렴치성을 거듭 확인하기에 충분한 일로 여긴다. 더불어 제 1야당인 새정련의 재벌 친화적 현주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입술로는 서민과 중산층을 차용하면서도, 실상은 그와는 완전히 담 쌓고 있는 자신들만의 이익 집단으로 명명하기에 별반 이의가 없을 듯하다.

 

여권은 본디 그런 족속이니 아예 그렇다 치자. 문제는 무늬만 야당인 새정련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누리 예산 반영 때문이라고 강변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 또한 만족스럽지도 못할 뿐더러, 부자는 그대로 두고 가난한 사람만 후려쳐서 문제 해결을 하겠다는 발상이니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야권발 정계 개편이 왜 요구되는 것인지, 그에 대해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은 대목이다. 다시 호남 정치로 되돌아가야 한다. 불의와 위선 그리고 폭압에 맞서 죽음을 불사하고 항거했던 그 5.18 광주 정신 말이다. 이는 호남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공의를 세우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선명하고 또 실천적인 야권으로 거듭나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