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십상시(十常侍)들이 판치는 한국 정치판/정성태

시와 칼럼 2014. 11. 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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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새정련이 담뱃세 2천 원 인상안을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그렇잖아도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호주머니를 강탈해 내겠다는 매우 파렴치한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런 정도면 뒷골목 양아치들 하는 짓을 그대로 본뜨고 있는 행태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곳간에 현금 뭉치가 쌓이고 있는 재벌에 대해서는 너무나 온순하다. 복어 배 마냥 잔뜩 부풀어 올라서 더는 삼킬 재간이 없을 것만 같은 초거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은 단 일 푼도 올리지 않기로 여야가 굳은 맹세를 하고야 말았다.

 

그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가슴, 그게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만 성립되는 것은 아닌 듯싶다. 즉, 재벌 앞에만 서면 사과 박스 내밀며 울렁대는 정치권의 협잡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자는 순정에서 기인한다만, 후자는 삥 뜯는 짓이라는 차이는 있겠다.

 

재벌 옹호당인 새누리당과 그 유사품인 새정련, 그들이 낮에는 싸우는 척 하면서 정작 어스름한 밤이 되면 폭탄주에 러브샷을 즐긴다는 통설이 있다. 이제 그 지긋지긋한 대국민 기만극을 즉각 멈추고 서로 합당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초록은 동색이기에 하는 말이다.

 

최근 인구 사이에서 십상시(十常侍)라는 말이 급작스레 회자되고 있다. 중국 후한 말 영제(靈帝) 때에 조정을 농락한 10명의 환관들을 일컫는다. 현대 사회에서는 권력의 비위나 맞추며 자신의 이익을 탐하고 또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노략하는 자를 지칭하는 뜻이기도 하다.

 

또는 어떤 힘 있는 자의 편에 붙어, 자신보다 힘이 약한 자를 괴롭히거나 또는 온갖 이간질과 간악한 짓을 일삼는 자를 통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 정치판이 어쩌면 이리도 닮아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국가의 쇠락을 예고하고 있는 뚜렷한 징조만 같아 두려운 마음이다.

 

작금 불거지고 있는 십상시는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윤회 씨와 그 측근들을 향한 것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게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무늬만 야당인 새정연이 바로 그들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온갖 야합을 서슴지 않고 있어서다.

 

하늘 아래 의탁할 곳 없는 다수 국민의 호곡이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얼마나 더 등골 뽑고, 얼마나 더 쥐어짜며, 얼마나 더 고통 가운데로 몰아넣으려는 수작일까? 인내천(人乃天)이라 하였다. 박근혜 정권, 새누리당, 새정련 공히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 그 끝판을 지켜 볼 일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