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UN '북한 인권결의안'과 국회 '북한인권법'에 부쳐/정성태

시와 칼럼 2014. 11. 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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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스스로가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길이 훨씬 바람직하고 효과적

 

반기문 사무총장 체제의 유엔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돼 있다. 그런 가운데 2014년 국제사회의 최대 비극은, 아무래도 이스라엘에 의한 무차별적인 팔레스타인 폭격을 들 수 있겠다. 그로 인해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숱한 민간인 살상자가 발생했다. 이 때 유엔이 과연 무슨 역할을 했었는지 심각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원격 조종하는 한낱 로버트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다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반격이 본격화되자, 그 때서야  비로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을 향해 충돌 통제를 촉구하는 발언 정도에 그쳤다. 그런 와중에서도 유독 팔레스타인을 향해서는 극단주의 운운하며 성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기서 제기하고 싶은 문제점은, 도대체 애당초 누가 극단적이었단 말인가? 그리고 이스라엘의 살상용 무기에 의해 자국민이 무참히 살해당하고 또 영토가 유린되며 재산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정당한 반격을 가했던 팔레스타인을 향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 않는가? 유엔의 설립 목적과는 크게 배치되는 것으로, 그러한 반 총장의 그릇된 언급에 대해 냉정한 평가와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은 매우 비겁하고 야비하게 들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울러 국내적으로는 공권력에 의해 300명이 넘는 무고한 인명이 아무런 영문 없이 바닷물에 수장 당했는데도, 그에 대한 원인 규명을 묻는 책임 있는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그러한 유엔이 지난 11월 18일, 급기야 유엔총회 제3위원회를 통해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고 또 책임자 처벌을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다시 말해, 국제형사재판소를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비롯한 핵심 권력층을 직접 처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이루어진 일이다. 박근혜 정권 또한 적극적으로 일조했다. 우리 국회 역시 새누리당의 주도로 북한인권법 상정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는 북한 당국을 극도로 자극하는 일로서, 우리로서는 매우 불안한 안보 상황을 맞고 있다. 남북 관계가 극도의 긴장 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이를 반증하듯 북한 당국의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우리 군대와 인민은 이미 선포한 대로 극악무도한 대조선 인권 광란극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기 위한 미증유의 초강경 대응전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핵전쟁이 터지면 청와대가 안전하리라 생각하는가?"라는 논평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국제 사회에서 굳이 우리 정부까지 나서서 북한 당국을 자극해야 할 일은 하등 없었을 것이다. 남북 공히 평화 통일을 놓고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직접 당사자이기 때문에 우선 그렇다. 그런데 이제 또 그만큼 대화는 요원한 일이 될 수 있겠고, 자칫하면 전쟁이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비화될 수 있는 위기 국면을 초래하고 있에 더더욱 납득되지 않고 있다.

다른 방안을 찾았어야 옳다는 말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북한 스스로가 보다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여러 형태로 외교적 무대에 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또 유도하는 길이다. 그와 맞물려 남북 경제협력 강화와 신뢰 구축이다. 그간 북한 당국의 태도에서도 상당 부분 그러한 점이 읽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유엔마저 앞장 서 더욱 원천적으로 북한을 봉쇄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처사다. 향후 북한 당국이 더욱 호전적으로 나설 명분을 높여 놓은 결과를 초래케 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그러한 입장 표명이 나온 상태로, 이는 북한 당국이 자위권 차원의 무력행사를 발동할 수 있는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게 되었다.

 

만일 이 문제가 실제로 ICC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될 경우를 상정, 그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어떤 시위성 도발을 전개할 개연성도 적잖이 상존한다. 그리고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의 응전을 내심 반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를 맞받아치다가는 자칫 확전될 수 있고, 그것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남북 공히 필망을 면치 못하게 된다. 여기서 미국과 일본에게는 가장 반기는 경우로 작동될 수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정도가 자국의 코앞에서 펼쳐지는 전쟁에 대해 불편해 할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그들 영토가 곧장 위험에 노출되고 또 자국의 인명 및 재산상 손실이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 갔었을 때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할 가능성은 매우 클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한편 유엔이 미국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결코 확신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우리는 이 점을 각별히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가장 앞서야 하는 문제는 기실 따로 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의 생사와 미래가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마침 고 김대중 대통령의 영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예고되어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민족의 뜨거운 이름으로 남북 공히 공생 공영의 길을 열어 갈 수 있는 깊은 대화가 오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실로 크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