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주검으로 돌아 온 수학여행 용돈/정성태

시와 칼럼 2014. 5. 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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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2학년인 17세, 어찌 꽃보다 곱지 않은 나이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이다. 하물며 그 부모된 이들의 애끓고 사무치는 심정은 또 어떠하리. 필경 천지를 휘돌아 몇곱절씩 맞닿고도 남는 것일테다.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준다한들 어찌 한 자락이라도 온전히 지워낼 수 있으랴.

어떤 학생은 가난한 엄마가 손에 쥐어 준 수학 여행 용돈 1만 원이 전부였다. 또 어떤 학생은 필요한 용돈이 얼마냐고 묻는 할머니께 1만 원만 달랬단다. 그래서 1만 원을 더 얹어 주었단다. 그렇게 받은 1만 원 혹은 2만 원을 단 한 푼도 쓰지 않은 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안개 때문에 출항이 2시간이나 늦었던 탓에 군것질도 하고 싶었을테다. 또 여객선 내부에 매점이 있었기에 제주로 향하던 그 시간 동안 먹고 싶은 것도 있었으리라. 그런데도 바지에 고스란히 남겨 둔 상태로 발견된 만 원권 지폐 한 두장이 가슴을 쿵쿵 친다. 아마 어머니 또는 할머니 혹은 오누이 및 자매에게 줄 선물을 살 요량으로 아껴두었을테다.

숨이 턱턱 멎는 듯하다. 생각할 수록 흐려지는 눈가를 도무지 감당할 재간이 없다. 이 찢어 죽일 조국의 현실을 다 어쩌란 말이냐. 청와대 및 정부 부처 고관대작들 또는 여의도 국회의원들의 자식이 거기 깜깜한 바닷속 선실에 갇혔어도 그리 수수방관하며 300명이 넘는 생목숨을 수장토록 방치했겠는가?

사고는 언제 어디서고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한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그럼에도 피하기 어려운 것이 불의의 사고다. 그런데 문제는 그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숱한 비리로 사고 발생을 유인한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여기서 더 크게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기실 따로 있다. 바로 구조 방기에 따른 집단 학살임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능히 전원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데도 구조하지 않았다. 바로 이 지점에 국민적 슬픔과 공분이 형언키 어렵도록 극심하게 자리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수뇌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민간 인양 업체 언딘 및 민간 단체인 한국해양구조협회 또한 철저한 수사 대상이다. 그리고 이를 보고 받았을 것으로 관측되는 청와대 및 국정원에 대해서도 필요한 모든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

사고 발생 시간이 여러 경로를 통해 7시 20분 이전인 것으로 이미 숱한 정황 증거가 나와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연유로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4시간 가량을 구조에 나서지 않고 방기했었느냐는 의문이다. 그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이 따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께 직접 책임을 묻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대통령직 사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법적 소재에 대해서도 법률적 검토가 요구되는 일이다. 국정 조사는 물론이고, 특별법 제정을 통해, 금번 세월호 집단 학살에 따른 진상 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