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치적 맹목성 그 저열함의 그늘/정성태

시와 칼럼 2014. 3. 2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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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에 따른 핵심 명분이 기초 단체장 및 기초 의원 무공천 합의였음을 강조하는 일부 야권 지지층이 있다. 그래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당 공천을 하면 절대 안된다며 극성을 떤다. 안철수 지지층 가운데서 유독 심하다. 소위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황색 매체들은 이를 부채질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새누리당이 반사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솔직해져야 한다. 통합을 발표하기 전, 김한길 체제 민주당 지지율이 겨우 10% 전후였고, 안철수 측 새정치 연합도 15% 내외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런 상태로는 6.4 지방 선거에서 양측 모두 전멸 당할 것임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에 대한 공멸의 위기감이 서로를 부르게 된 것임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부 우왕좌왕 길 잃고 헤매는 안철수 지지자 여러분께 묻겠다. 정당 무공천이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반문하겠다. 어떠한 경우에도 통합은 없을 것이라던 안철수 의원의 발언은 어떻게 이해되고 또 해명되어야 할까? 잣대는 늘 공정하고 또 정의로워야 설득력을 갖게 된다.

만일 새정치민주연합이 끝내 무공천을 고수한다면 새누리당이 전국 대부분 지역의 단체장 및 기초 의원을 석권하게 된다. 시장, 군수, 구청장을 비롯하여 기초 의원까지 새누리당 후보가 싹쓸이 하게 된다는 뜻이다. 무소속과 진보당이 얼마나 선전할지는 적잖이 회의적이다. 이는 향후 총선 및 대선에서도 보이지 않는 엄청난 악재로 작동될 것이다.

 

우선 예산을 자신들 이로운 쪽으로 함부로 사용할 것이다. 거기에 어용 시민 단체들에게 합법적인 방법으로 돈까지 풀어서 여론을 유린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는 다시 말해, 2년 후에 있을 총선은 물론이고 그 후에 있을 대선 모두 새누리당으로서는 매우 유리한 고지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는 뜻이다. 그에 앞서 김한길, 안철수 책임론이 거세게 전개되리란 점도 자명해진다.

그나저나 박근혜 대통령은 복도 많은 것 같다. 가만 있어도 상대방이 알아서 자해 소동을 펼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청와대에서 관련 보고를 받으며 박장대소도 모자라, 어쩌면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있을 듯 싶다. 물론 공개석상에서는 애써 표정 관리를 할테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구 몫일까? 새누리당은 총칼 차고 전장에 나서는데, 아군은 맨 몸으로 싸우다 난자 당해 죽을 것을 강요하는 수장에게 일차적으로 귀결된다. 그 주변 측근의 안이한 정무적 대처 또한 인구 사이에 조롱거리로 회자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에 분별없이 부화뇌동하는 맹목적인 지지자들 또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그 저열함 앞에 그저 말문을 닫게 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