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새정치민주연합'도 정당 공천해야/정성태

시와 칼럼 2014. 3. 2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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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은 전쟁터와 유사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화력의 가시적 유무다. 상대의 수를 정확히 읽고, 그에 대한 공세와 방어를 적절히 취할 수 있어야 승리로 이끌 수 있다.

 

6.4 지방 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문제가 기초 단체장 및 기초 의원 후보에 대한 무공천 논란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느긋하게 즐기는 입장인데 반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도 정당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한 바 있다. 특히 안철수 의원의 입장은 확고했다. 다수의 국민적 여론 또한 그랬다.

 

그런데 그만 새누리당이 약속을 파기하고 나섰다. 정당 명칭 사용은 물론이고, 기호 1번까지 배정 받는다. 여기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끝내 정당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정당명 사용은 고사하고 기호 배정도 받을 수 없다. 그에 더해 무소속 후보 난립에 따른 표의 분산으로, 지방 선거 전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길 개연성도 그만큼 크다. 비례 대표 의석 또한 전혀 얻을 수 없다.

 

인구 사이에서 기초 단체장 및 기초 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 반대 여론이 비등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공천을 둘러 싼 뭉칫돈 거래가 결정적이다. 이는 곧장 지역 정가에 비리 복마전 양상을 초래했다. 그 뿐 아니라 차기 공천을 받기 위해 해당 지구당 위원장의 머슴이 되어야 했던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폐해를 방어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러한 토대 위에서 후보에 대한 정당 공천이 이루어지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그것이 정당 정치 구현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할 뿐더러 책임 정치로 이끌 수 있겠기에 더욱 그렇다.

 

거듭 밝히거니와, 정치는 냉혹한 전쟁터다. 전장의 병사와 부대장을 모두 잃고서 전쟁을 치루겠다는 발상은 자해 행위다. 어찌 사령부 수뇌부로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겠는가?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야권 후보들로서는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그래서야 어디 소속 정당에 대한 헌신적 활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애초 관련 공약을 파기한 새누리당의 파렴치성은 더 말해 무엇하랴. 그렇다고 넋 놓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안일한 자세도 무책임한 행태다.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부대장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갈 게 불을 보듯 훤하다. 그런데도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그저 방관자적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결코 온당치 못하다.

 

신사 협정을 파기한 체, 상대는 총칼로 무장하고 전장에 나서는 형국이다. 그런데 아군에게는 무장 해제한 상태로 처참히 죽을 것을 주문하는 사령부가 있다면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 순결하되 상대의 패악질 앞에서는 그보다 더 간교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매양 적의 먹잇감만 될 뿐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