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에 부쳐/정성태

시와 칼럼 2013. 6. 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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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 인사, 역사 왜곡 등으로 날로 국민적 신뢰 떨어져 -

 

 

대통령의 독선이 부른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표류를 기점으로 명확해진 박근혜 정부의 불통 이미지는 이제 인구 사이에서 고착화된 상태다. 이를 입증하듯 연이은 인사 문제 참사는 급기야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홀딱쇼로 표면화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그것도 박근혜 정부 들어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던 미국 현지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대선 기간 당시, 박근혜 후보에 의해 줄곧 강조됐던 대탕평 인사 구호는 유명무실이 되었고, 오히려 관료 출신의 독과점 체제로 구축되었다. 구중궁궐 청와대 진용은 오히려 한 술 더해 공안통 출신으로 대거 채워졌다. 정부의 고위직 인사를 보면 향후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해 거는 기대감은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이제 취임 100일을 맞고 있다. 애초 비중 있게 공약했던 경제민주화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고, 민생 관련 정책도 실효성 있는 내용이 별반 보이지 않는다. 원천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그저 주먹구구식의 땜방 일색으로 짜여지고 있어서 답답증만 나날이 쌓이는 형국이다.

 

 

더욱이 우리 근현대사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내용의 교과서가 검정 본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보수를 가장한 친일 매국 세력에 의한 역사 뒤틀기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10대 학생들의 정신을 지배하게 되는 교과서에서조차 오용을 획책한다는 것은 천하의 역적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어린 학생들에게 식민사관이 그대로 주입된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아울러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시킴은 물론이고, 국민적 자존에도 씻을 수 없는 모욕으로 작동하게 된다.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벼락 맞을 일이며, 국기문란으로 엄단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이는 해방정국에서 악질 친일 세력을 척결하지 않은 패착이다. 아울러 광주 학살을 자행했던, 그리고 여전히 참회하지 않는 전두환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은 오류이기도 하다. 바른 역사를 갖고, 또 상벌이 분명하다는 것은 국가의 정기와도 연계된다. 그런 점에서 교과서 왜곡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게 거는 기대를 이미 포기했거나 또는 답보한 국민이 날로 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그저 사고없이 현상 유지라도 시켜줬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작금의 상황을 위태롭게 지켜보고 있다. 국민적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는 박근혜 정부가 각고의 자세로 받아 들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