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문재인 지지하면 새누리당 당선된다/정성태

시와 칼럼 2012. 10. 31.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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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지지하면 새누리당 당선된다”는 식의 발언이 문재인 측 캠프에서 터져 나왔다. 참으로 비열하기 이를 데 없는 수준 이하의 천박성이다. 기실 친노가 장악한 민주당의 극명한 자기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울러 대선가도에서의 한계상황과 그에 따른 불안 심리를 그대로 투영한 것에 다름 아니다.


하긴 거대 야당의 대선후보인 문재인이 자당인 민주당의 지지율마저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으니 막가파식 심사가 여과 없이 작동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막장으로 몰리게 되었는지를 자숙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인구 사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정치혐오에 따른 바도 없지 않겠으나, 보다 본질적인 것은 노무현과 그 친위대에 대한 적대적 거부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즉 입술로는 정의의 사도인 척 거들먹거리다, 실천에 있어서는 그 자신이 불한당 짓을 일삼았음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바로 이로부터 안철수 현상이 태동됐다고 해도 결코 허언은 아니다. 그리고 이제 대통령 당선을 넘보는 정치인 안철수로 확고히 고착화되어 있다. 이에 대한 근본 원인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스스로가 조성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흘러간 물을 고스란히 안고서 당명만 바꾼 채 국민을 현혹해보겠다는 새누리당의 진부함도 그렇지만, 민주당 역시 국민적 혐오대상인 친노세력이 당을 장악하고 또 노무현의 수족인 문재인을 대선후보로 세웠으니 염치를 아는 국민에 의해 거부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간의 여론조사를 통해 일관되게 파악되고 있다. 중도적 성향은 물론이고 진보적 유권자, 심지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 문재인에 대한 심한 반감을 감추려하지 않는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마지못해 문재인을 지지하는 측면은 있으나, 이 또한 날로 안철수 지지로 옮겨가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 여론은 안철수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비등한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정서적 현상의 이면에는 무엇이 깔린 것일까? 삼성공화국의 산실이었던 노무현의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막강 권력을 휘둘렀던 문재인에 대한 전과를 익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가 재벌개혁을 비롯해 숱한 개혁적 입발림을 하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불량 라디오에서 찍찍거리며 새어나오는 소음쯤으로 여기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이로 미뤄볼 때 친노가 장악한 민주당은 사실상 새누리당 2중대에 다름 아닌 것으로 판정해도 별반 틀리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재벌에게는 한없는 축복을 내린 반면, 노동자와 서민대중에게는 한없는 재앙을 안겨준 노무현 정권이지 않았던가. 아울러 문재인은 그의 주군인 노무현과 함께 한나라당을 향해 대연정을 애걸복걸했던 사실을 상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그들이 “안철수 지지하면 새누리당 당선된다”는 식의 유치찬란한 대국민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그렇잖아도 가증스런 정치판이 더욱 혐오스럽게 다가선다. 특별히 문재인으로서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는 여론조사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말하거니와 “문재인 지지하면 새누리당 당선된다”라는 냉혹한 현실을 문재인 측이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