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숫처녀와 룸살롱

시와 칼럼 2012. 8. 2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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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 위주의 사적 영역 아닌 실천 가능한 정책 검증 펼쳐야 -


오는 12월 19일은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유력 후보들 진영에서 불거지는 비난전도 날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 당선자는 정부 부처의 장차관을 비롯해 여러 기관의 숱한 고위직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느니만큼 그 주변인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아울러 정부 발표만을 놓고 보자면 세계 7대 경제 강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지 않던가. 이러한 국가 최고통수권을 놓고 벌이는 일전이니만큼 치열한 싸움질도 있어야 관전하는 국민적 재미도 있을 게다.


그런데 큰 문제를 낳고 있다. 국가를 위한 헌신과 봉사의 변은 별반 드러나지 않고 또 그나마 자꾸만 묻히고 있다.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잘하겠다는 것 또한 사정은 매양 다르지 않다. 즉 어떤 정책과 그에 대한 구체적 플랜을 놓고 진영 간에 자웅을 겨루기보다는 자꾸만 사생활 위주로 선거전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숫처녀 여부와,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안철수 교수의 룸살롱 출입 여부가 그것이다. 이를 두고 도하 언론은 물론이고 각 지방 매체들 역시 앞 다퉈 가십거리로 일관하는 양상이다. 지극히 소아적이고 작의적인 행태를 띄고 있다.

 

미혼인 박근혜 후보가 혹여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면 그와의 성적 접촉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와 맞물려 안철수 교수가 지인들과 함께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며 즐거운 한 때를 가졌을 수도 있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의 사실관계가 위기의 한국사회를 조망하고 해결하는데 있어서 그리도 중차대한 걸림돌이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오늘 한국사회를 암울하게 지배하고 있는 산적한 난제가 있다. 중산층은 서민층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서민층은 빈곤층으로 전락되고 있다. 청년실업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한 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결혼적령기에서는 육아와 교육비 부담으로 인해 결혼을 미루고 있으며, 설혹 결혼을 해도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을 낳고 있다.


승자독식이 지배되는 산업구조를 대폭 바로잡아야 한다. 산업과 산업 사이의 불공정,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의 소득불균형, 지난 노무현 정권 들어 극도로 악화된 비정규직 문제 또한 우리사회의 암초로 작동되고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한 방안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야 불문하고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명명하는 것 같다. 국민통합과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올바른 현실 인식이다.


국민통합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 개개인이 두루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그것은 시혜적 복지를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소득에 대한 적정한 나눔을 통해 보다 근원적으로 구현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포함해 때로는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도 함께 아우른다,


지나친 학력 인플레이도 우리사회가 일정부분 해소해야 할 점이다. 고교 졸업자도 자신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꿈을 이루며 존경 받는 사회가 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학등록금도 현격히 낮춰야 한다. 사학재단에 대한 감사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해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날로 격해지고 있는 대선전의 국민적 관심사는 바로 이러한 점에 심안이 맞춰져야 한다. 어느 후보가 실천 가능한 청사진을 내걸고서 국민적 총의를 모으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인지를 냉철하게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지난 노무현 정권과 현행 이명박 정권의 기만적 언동에 대해서는 준엄한 심판을 가해야 한다는 뜻과도 일치한다.


후보 개인의 지극히 사적 영역에 속하는 문제를 두고서, 이를 마치 스포츠 관전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서는 절대 옳지 않다. 이는 국민으로서의 직무유기인 셈이며 자신의 삶을 방치하는 것과도 같다. 언론 또한 가십만을 골라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듯 보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후보들 사이의 정책 검증을 꼼꼼히 따져 묻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치권 스스로가 마치 미친 사람 속곳 휘날리듯 하며 자신들 존재를 한없이 추하게 전락시키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언론 또한 이에 부화뇌동하며 함께 널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국가적 혜안을 갖고 먼저 앞장 서 모범이 되고 또 품격을 갖춰 달라는 말이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