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천부인권과 선거법위반 사이에서/정성태

시와 칼럼 2010. 10. 22. 05:15
728x90

시대변화와 함께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인터넷이 공론장의 역할을 상당부분 수행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도그마나 권위에 구애됨이 없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 또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개진하고 토론함으로써 번득이는 독창성의 발판이 되며 동시에 균형을 가능케 하는 열린 공간이다.

따라서 정부와 같은 국가권력이나 정당의 당파적인 세력 그리고 경제권력으로부터 최대한 독립적이고 자율성을 누릴 수 있어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즉, 어떤 이해관계에 결부되어 정보가 위장되거나 조작되지 않은 합리적 논쟁에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최대한 조성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이 등장한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사회에 급속히 상용화되었다. 이에 따른 시대적 흐름 또한 뚜렷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 대세다. 국가권력과 재벌의 입맛에 따라 일방적으로 전달되던 기존 미디어의 가공된 정보가 현격히 새로운 양상을 맞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적지 않은 부분 인터넷으로 바뀜으로써 새로운 저널리즘의 지평도 그만큼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특별히 쌍방향 의사소통이란 측면에서 인터넷이 갖는 정보유통 구조는 일반대중이 중심이 되는 시민 저널리즘 형식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한층 높여가고 있다.

인터넷이 갖는 또 다른 매력은, 큰 자본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의 종이매체나 방송매체와는 완전히 다른 정보유통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이면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문자와 음성은 물론 동영상까지 포함해 상호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음으로써,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소식이 즉각적으로 전 세계에 타전된다.

여기에는 국가권력이나 자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특정 사안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거나 또 직접 기사를 작성하는 등 공적인 문제들에 대해 정보를 게시하고 회람시키는 행위가 늘어남으로써 국가권력이나 기존의 미디어 자본에 의한 정보조작이 개입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은 대중에 의한 자발적 공론장의 가능성을 한층 높게 안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점도 있다. 나와 다른 상대의 주장에 대해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을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획득하려드는 비열한 측면은 지양되어져야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안목으로 적확하게 파악하려 들지 않는다거나 또는 지켜야 될 것에 대한 자기 성찰 없이 묻지마 식 태도를 보이는 우울함은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에 따른 허위사실 또는 명예훼손 문제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인터넷 문화를 둘러싼 제도적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것은 직접 글을 쓰는 당사자의 몫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스스로의 인격을 염두에 두고 또 타인에 대한 배려를 통해 좋은 토론을 이끌 수 있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와 맞물려 중요하게 거론될 수 있는 문제는, 공권력의 지나친 간섭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과는 동떨어진 허위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명백히 훼손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나친 법률적용은 삼가해야 한다. 법이란 이름으로 국민의 글쓰기에 있어서의 언어표현을 과도하게 제어한다면 이 또한 국가권력의 횡포가 된다.

특별히 선거철이 되면 선거법위반이란 명목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해 극성스럽게 재갈을 물리거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정치인의 금품 살포는 가급적 묶되 국민의 말할 수 있는 천부권리는 최대한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편 부당한 법률을 보다 현실에 맞게 개선함으로써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한 사회적 건강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 토론장에서 자칫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지극히 지엽적인 문제를 들어 사법당국의 지나친 법 적용이 따르게 된다면 그나마 활로를 찾고 있는 국민의 의사소통 또는 정보유통 구조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선거법위반과 인간의 천부권리 사이에서 소위 참여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盧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진일보한 자세가 있어야 한다.

오히려 정치권 내부적으로 온갖 막말과 인신공격 또는 흑색비방이 판치고 있음을 직시하고 국민 앞에 스스로 모범을 보임으로써 공론장으로서의 건전한 인터넷 토론문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포플리즘적인 발상으로 국민의 합리적인 사고를 저해하는 온갖 종류의 선동행위 또한 국가와 역사 앞에서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 당국에 의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터넷 종량제 방침 역시 인터넷 공론장으로서의 국민의 의사소통 구조와 다양한 정보접근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언로가 막히게 되면 결국 욕구분출의 활로를 찾기 위해 폭력적인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시인 정성태

2005년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