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5월의 정치적 치장을 경계하며/정성태

시와 칼럼 2010. 10. 22. 05:03
728x90

다시 맞는 5월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광주 5.18 묘지를 찾느라 잰걸음을 걷고 있다.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며 또한 환영할만한 일이다. 따라서 이들 정치인들의 광주 방문 자체에 대해 시비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특별히 가해 당사자인 제 5공화국 출신 인물들이 적잖이 포진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광주 방문이 줄을 잇고 있는 형국이니 이에 대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표면상의 그들 행보에 대해서만은 그렇다.

1980년 당시의 전두환 정권은 물론이고 오늘날에도 한나라당 내의 극우 세력들에 의해 당시의 광주 민주화 운동이 빨갱이들의 난동으로 매도되고 있는 속내임을 감안한다면 그나마 장족의 발전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름 아닌 진의에 관한 문제다. 광주에 묻힌 영령들을 찾는 그들 정치인의 심중에 새겨진 언어가 여야 할 것 없이 과연 순결한 것이며 또 충분한 것인가에 대해 따져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광주 정신으로 대변되는 5.18 항쟁은 이 땅에 참된 민주주의와 민족의 평화통일을 열망하는 이들에 의한 시대적 결단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각 정치 집단들의 광주를 찾는 배경 역시 이와 맞물려 있어야만 한다.

우선 한나라당은 지난날의 그 숱한 공포와 참혹한 살상의 주된 정치세력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순히 표만을 의식한 전시적인 광주 방문이 되어서는 절대 곤란하다는 것이다. 진실이 결여된 언행은 곧 세상 사람이 훤히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열린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 날의 청년 학생들이 이제는 불혹을 넘어 선 중년이 되었다. 또한 국회에도 적잖은 이들이 진출해 있다. 참여정부의 탄생도 이러한 맥락과 괘를 함께 하며 이룩된 쾌거였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그들에 의해 조국의 민주주의는 과연 얼마나 신장되었으며 아울러 민족의 평화정착은 확고히 구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서민대중의 생활형편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그들 내부의 권력 장악을 위한 난닝구 또는 빽바지와 같은 저속한 정치 공방만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결국 盧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애초 내 걸었던 개혁 타령이 한낱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여론 호도용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스스로의 입으로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음에 불과하다.

솔직히 근래 들어서는 도대체 어느 정당이 더 개혁적인 지 그에 대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국적법을 비롯해 북한에 대한 비료지원 요청이 한나라당에서 먼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표를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보수적인 유권층의 변화도 일정 부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모두가 국민의 정부에서 애써 추진한 햇볕정책의 파급효과 때문임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 엄청난 자산인 햇볕정책을 특검으로 난도질하고 이도 모자라 민주당을 지킨 지조 있고 역량 있는 정치인들을 향해서는 온갖 색채를 덧씌워 매도하는 파렴치한 짓을 자행하였으니 이에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바라기는 매년 맞는 5.18 기념일이 어떤 정치적 치장의 대상으로 전락되어서는 결코 안될 말이다. 진정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 확립과 민족의 평화적 통일 그리고 서민대중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다짐의 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시인 정성태

 

 

2005년 5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