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밀실 야합으로 누더기 된 과거사 법

시와 칼럼 2010. 10.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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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내걸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할 당시, 한나라당의 대다수를 포함한 박근헤 대표 역시 앞장 서 강력 반대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박근혜 대표가 돌연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해 주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무렵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는 정부 여당의 과거사법 제정에 대해 결사 반대를 주장하고 있었으며 아울러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의혹 역시 전 국민적 관심사로 공공연히 회자되던 때였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일이 발생한다. 정부 여당에 의해 추진되려던 과거사법이 어느 날 갑자기 수면 아래로 쑥 들어가는가 하면, 정수장학회 문제 역시 정가는 물론 모든 언론에서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전혀 시차 없이 동시에 벌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두 당의 밀약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떼지 않았다. 박근헤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과거사법과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부 여당이 풀어주는 대신, 이에 대한 대가로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망국적인 사기극을 한나라당과 박근헤 대표로부터 묵인 받았다는 것이다.

당초 행정수도 이전 반대를 강력 주장하다 충청권의 집중 몰매를 맞았던 한나라당 박근헤 대표로서도 충청권 표를 의식, 굳이 손해 볼 장사가 아니란 계산이었던 셈이다. 이와 함께 자신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친일 행적 그리고 그의 부친 재임 기간 중 발생한 별의별 추악하고 피비린내 나는 일을 장롱 깊숙이 숨겨 둘 수 있다는 보증수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시 박근헤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던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떳떳치 못한 의문에 대해서도 땅속 어딘가에 묻어 둘 수 있다는 복안에서다.

이와 같이 두 집단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자, 전격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이란 정치적 야합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행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전 국민적 열망이 담긴 과거사법도 한낱 휴지조각으로 철저히 짓뭉개지고 만다.

어떻게든 국민을 호도하고 아울러 표만을 긁어 모으기 위한 정부 여당과 제 1 야당인 한나라당의 야합 밀실 놀음에 대해 참으로 치미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지극히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이며 비효율적인 작태로 국력을 탕진하려 광분하고 있는 정부 여당은 물론이고, 제 1 야당인 한나라당 역시 그 행태가 극히 파렴치하다 아니할 수 없다.

역사와 민족 앞에서 결코 씻기 어려운 만행을 자행하고 있음을 저들 거대 정당은 깨달았으면 한다. 오직 표만을 의식해 국민적 열망이 가득 담긴 과거사법을 마치 헤진 짚신짝 버리듯 하며 행정수도 이전과 싸구려로 맞바꾼 정부 여당의 야바위 짓에 대해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임을 엄중 경고하는 바다.

시인 정성태

2005년 5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