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시집]

봄을 맞으며/정성태

시와 칼럼 2011. 5. 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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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으며

 

 

묶인 대지가 초록으로 열리며

모든 미움 위에 아침을 선포하는

보라, 영봉의 햇살

오늘은 새로운 기운이 돋는다.

 

저기 저 빗장에 가린

숱한 광풍, 문 찢기는 소리

놀라고 상처난 별들의 호곡 위로

이제야 비로소 따사로운 곡조

그 마음 가득히 신명으로 솟는다.

 

그러나 무섭게 흘러간 역사의 말미엔

지난한 시대의 검불과도 같은

주인 잃은 책상과

멎어버린 기계의 맥박이

노동의 춘궁을 시리게 말한다.

 

그곳에 남은 추위

꽃샘잎샘 마지막 고난 앞에

기어이 봄을 불러 세워야 할

지금은 그것을 또 다른 기회

하나의 준엄한 성찰이라 하자.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저기 우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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