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시집]

그 후의 인식/정성태

시와 칼럼 2011. 2. 28.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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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의 인식

 

 

 

일등이어도 좋을

꼴찌여도 별반 없는

그런 게임은 끝이 나야 한다

 

 

노정의 태양이 뜨겁던

지난 몇 해의 여름 앨범엔

줏대 없는 앵무새 입방아처럼

가면을 쓴

낯선 사나이가 춤을 추었었다

 

 

지루했다

결승점도 보이지 않는 달음박질에

의식은 얽히고 설킨 채 혼돈스럽고

호흡은 끊길 듯 이어지는 고통이었다

 

 

오늘은 서글프다

어줍잖은

가상의 결승선을 그어야만 하는

미완의 마지막 행보가 그렇고

자위하려 드는

훈련되지 않은 욕망이 그렇다

 

 

이제 잔을 들어 말하리

검게 그을린 가슴에

시퍼런 찬물을 끼얹으며

일등이어도 좋을

꼴찌여도 별반 없는

그런 게임은 끝이 나야 한다고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이쯤에서 내 사랑도 깊게 울어야 한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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