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국보법 폐지 받아 들이고 민생 문제 해결 나서야

시와 칼럼 2010. 10. 22.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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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의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놓고 여야가 끝내 물리적 충돌을 빚고 말았다. 결과는 30초만의 손바닥 의사봉에 의한 날치기 상정이다. 벌써부터 이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향후 여야의 또 다른 정쟁거리로 작용할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런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 안에 대해 법사위원장인 한나라당 소속 최연희 의원이 나흘 동안이나 특별한 사유없이 불응했다란 점이다. 그런지라 해당 위원장으로써 마땅히 해야 될 일을 하지 않은, 즉 의사일정 기피 및 거부를 일삼았다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국보법 페지를 주도한 여당의 날치기 행태가 올바른 처사였다고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원인 제공자가 한나라당이라는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이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봉이 없는 손바닥 상정은 장난에 불과하다. 열린우리당은 지금이 국보법 폐지안을 갖고 장난할 때냐? 국보법 폐지안 상정은 원인 무효"라고 밝히며 “열린당의 몰상식과 비애국적 처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정식 법사위에 응하라”고 말한 점이다.

여기서 전여옥 대변인이 놓치고 있는 점이 있다. 바로 자당 소속인 최연희 법사위원장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없이 그저 상대방 탓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명색이 오랜기간의 기자생활 경험이 있고 또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장본인이 아니던가. 그런지라 문제인식에 대한 분별력이 결여되어 있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찌된 것이 아전인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 지울 길이 없다.

하나 더 지적하자면, 국보법 폐지를 통한 일부 형법보완이 어떤 점에서 비애국적이란 뜻인지 도무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 하나로 세계국가의 모든 사람과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가 말하는 애국의 정의가, 언제까지 고립무원을 지속하며 북한의 폐쇄적인 사회제도를 우리도 그대로 답습하자는 주장은 아니리라 믿는다. 중국,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세계 도처에서 북한 사람과 만날 수도 있고 또 대화할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주지할 수 있기 바란다.

이제 국보법 존폐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비록 날치기 상정이란 구태의연한 작태에 의한 것이지만 그러나 적법성에는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문제로 인해 국회가 더는 소모적인 정쟁만 일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정치권의 충분한 토론과 사회적 공론화 그리고 이를 통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불필요한 인권침해 조항은 완전히 없애는 대신, 간첩은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실 지금 정치권에 있어 더욱 크게 요구되는 것은 민생문제 해결이다. 서민의 삶이 더 내려 갈 수 없는 바닥상태를 보이고 있다. 필요한 개혁과제도 꾸준히 실천해야겠지만 그러나 하루 하루 목숨을 이어가는 것이 지옥 같기만 한 국민이 날로 늘고 있다. 정부와 여야가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떤 예기치 못한 국가적 재앙을 맞을 지 모를 일이다. 이제 서민을 살릴 수 있는 민생개혁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달라. 국민없이 어떻게 국가가 있고 또 정치인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정치인에 대한 집단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시인 정성태 

2004년 12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