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대통령 비방 경찰관 구속 영장 청구에 대해/정성태

시와 칼럼 2010. 9. 29.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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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이 지난 9월 24일 열린당 홈페이지에 올랐다. 내용은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2중대”라는 식의 거반 낙서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경찰이 컴퓨터 IP 주소 추적에 나선 결과, 해당 게시물을 올린 장본인이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직기강 확립 차원이란 이유를 들어 어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여기서 우리는 심각한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국민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는 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한, 공무원도 결코 예외가 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련 경찰관에게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이 당직 근무를 하던 중 만취가 되도록 술을 마셨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징계는 필요하다. 그리고 대한민국 공무원이 갖고 있는 현실인식의 저열함과 심각한 왜곡현상 역시 비판 받아 마땅한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실 더 큰 데 도사리고 있다. 사전에 다양한 형태로 해당 행위자에 대한 경고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처벌을 목적으로 게시자의 신원을 추적했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독재적인 발상인 까닭이다. 아울러 대통령을 비방한 잡설이 그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꼭 구속영장까지 청구되어야만 속이 통쾌해지느냐는 우려다. 그냥 무시해도 될만한 상식 밖의 헛소리에 대해 지나치게 대응함으로써 옛 군사독재 시절의 또 다른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신 공안정국이란 세간의 비아냥이 결코 괜한 지적만은 아니란 것이다.

특별히 이번 사건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처음 문제의 발단이 된 날로부터 두 달 가까이 된 시점에서 그리고 하필 대통령이 국내에 없는 상황에서 때맞춰 취해진 일인지라 뭔가 꺼림직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연유에서다. 물론 하급 경찰관이 갖고 있는 오도된 가치관과 그러한 행위를 놓고 대통령이 외국 방문 중인 틈을 타 설마 계획적으로 사법당국이 그럴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정황상 사전에 대통령께 보고가 이뤄졌던 일을 지금에서야 때를 골라 처리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분명한 것은, 인권보호니 또는 참여정부니 하는 구호가 괜한 말장난이나 되어서는 절대 곤란하다. 비록 관련 경찰관의 넋두리가 무식의 소치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 또한 자신의 신념이라면 이를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견해의 다양성으로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부 여당의 옹졸한 행태로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그 어떤 목청도 결국 공허한 메아리며 또한 뜬구름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 무렵, 인터넷에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사상 유례없이 많은 사람이 소위 선거법 위반이란 것으로 구속되거나 또는 처벌 받았음을 상기한다면, 현 정권의 기만성이 가히 어떻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정부 여당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국민이 전과자란 오명과 그 굴레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전두환 정권 당시의 철권통치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는 뜻이다.

노무현 정권이 내걸고 있는 참여라는 단어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구미에 맞는 소리만 조잘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속 좁은 작태를 일삼는데서야 국민 어느 누군들 자신의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을 밝힐 수 있단 말인가. 시샛말로 국민이 무슨 홍어좆이라도 된단 말인가. 참여하라고 하고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쇠고랑을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고 나서기 전에 스스로가 이율배반적인 만행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 볼 일이다. 

시인 정성태 

2004년 1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