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총리의 국회 발언 파문이 남긴 교훈/정성태

시와 칼럼 2010. 9. 2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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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하발언으로 인해 공전됐던 국회가 보름만에 다시 열렸다. 국회의 대정부 질의에 대한 총리의 답변이 이뤄지던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더 큰 국민적 파장과 아쉬움이 컷던 것도 사실이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하루가 멀다 않고 쏟아지던 대통령의 선정적인 용어사용으로 인해 그간 얼마나 많은 혼란을 겪었으며 국론 또한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던가. 고단한 삶을 하루 하루 살아가는 국민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기는 커녕 오히려 깊은 수심만을 안겨줬었다. 그런데 이번 총리마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에게 우려를 안겨 주었다는 것은 앞으로 총리의 국정운영에 있어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점이다.

물론 문제의 발언을 하게 된 총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허구헌날 색깔 타령이나 해대며 대안도 없이 반대만을 일삼는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로 인해 총리의 마음고생이 적잖은 것이었으리라 미루어 짐작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속이 시커멓게 탓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총리의 말이 아니더라도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며 밀실에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파렴치한 집단이란 것을 국민 누구나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걸핏하면 구시대의 모조 유품을 목청껏 자랑하며 어리광을 떨고 있다는 것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에서의 총리 발언을 놓고 비판여론이 높았던 것은 무슨 연유일까. 이는 총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따로 있다는 국민적 경고로 이해될 수 있다. 여당의 대변인이나 또는 개별 의원이 해도 될 말을 총리가 직접 나섬으로써 또 다른 정쟁의 불씨를 제공하고 결국 국회파행까지 불러 일으켰다는 데 대한 반감인 것이다. 행정부 수장으로써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가운데 국민의 삶을 돌봐야 할 중대한 책무가 총리에게 부여되어 있다는 뜻 깊은 메시지로 귀담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비록 늦은감이 없잖아 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총리가 먼저 사과를 하고 이를 한나라당이 받아들임으로써 국회가 정상화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여긴다. 바라기는, 한나라당도 어설픈 정치공세만 일삼으며 국정을 농락할 것이 아니라 원내 제 1 야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총리 역시 보다 세심하고 쾌적한 말솜씨로 야당을 설득하고 이끌어내는 가운데 국가적 희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총리의 위치는 정쟁으로부터 한 발 물러나 국민전체의 고통과 아픔을 쓰다듬는 보루가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시인 정성태 

2004년 11월 11일